인천구단 첫 100만 관중 목표 : 공짜 무선인터넷에 구름관중…여성팬 위해 파우더룸도 설치
"그라운드 대신 스탠드를" : 경기 현장과 마케팅 철저 분리…내년 '유비쿼터스 야구장' 선봬
28일 SK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 간 프로 야구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구장.경기 시작을 2시간여나 남긴 오후 4시부터 경기장 매표소에는 관중들로 붐볐다. 경기시간이 다가오면서 표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은 100m 가까이 됐다. 인천 동구 송림동에서 온 김기문씨(45)는 "회사를 마치자마자 집에 들러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며 "아이들이 요새 놀이동산 가는 것보다 야구장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외야에선 이색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측 외야 한쪽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는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었다. 좌측 외야에 만들어진 잔디밭에서는 가족 단위 관중들이 돗자리를 펴놓고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SK와이번스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를 통해 스포츠 마케팅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야구장을 볼거리와 놀거리가 가득한 테마파크로 만들겠다는 방침 아래 매년 톡톡 튀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문학구장은 지난 19일 8개 구단 중 올시즌 처음으로 40만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목표로 삼은 90만명을 넘어 인천 연고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100만명 관중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좌석 수가 줄어도 관중 편의가 우선
SK와이번스는 지난해 전체 3만400석이던 문학구장의 좌석 수를 2만8000석으로 줄이는 대신 관중들의 편의성을 늘리는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아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가장 즐겁고 편하게 경기를 관람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 · 3루 더그아웃 옆에 설치한 '프렌들리존'은 좌석이 그라운드에 가깝게 있어 선수들의 생동감 넘치는 플레이를 눈앞에서 즐길 수 있다. 내 · 외야 패밀리존은 가족 단위 관중을 위해 마련한 좌석으로 4~5인석이다. 테이블이 마련돼 피크닉 나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외야 패밀리존 뒤에 있는 바비큐존은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구장 내 매점에서 삼겹살 2인분 이상을 사면 전기쿡탑을 빌릴 수 있다. 여성 관중들을 위해 1루 내야에 화장을 고칠 수 있는 파우더룸까지 설치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문학구장의 명물인 스카이박스도 지난해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15인실에서 10~24인실 등 4개 유형으로 선택폭을 넓혔다. 시야가 좋은 것은 물론 소파 및 냉장고 텔레비전 등 편의시설을 갖춰 친목 모임용으로 인기다. 올 시즌 38실 중 32실의 연간 회원권(최소 800만원)이 모두 팔렸다.
◆오프라인 포털을 지향
"관중들의 관심사와 요구가 빠르게 변하는 속도만큼 야구장도 바뀌어야 합니다. 모든 놀이문화와 즐거움을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상의 포털이 되는 게 문학구장의 지향점이죠."(신영철 SK와이번스 사장)
문학구장이 관중들의 요구에 따라 최근 새롭게 시도한 대표적인 서비스가 무선인터넷 지원이다. 지난 18일부터 국내 스포츠경기장 중 처음으로 구장 전 지역 내에 개방형 와이파이존을 설치했다. 무선 인터넷을 지원하는 디지털 기기를 가진 야구팬이라면 통신사와 상관없이 누구나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SK와이번스는 한걸음 더 나아가 선수 프로필과 구단소식,경기일정 등을 담은 SK와이번스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좌측 외야에 조성한 잔디동산 '그린존' 역시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시도한 작은 변화다. 그린존은 높이 12m의 외야 2층 스탠드 뒷벽을 허물고 흙을 채워넣어 만든 작은 동산이다. 딱딱한 의자 좌석 대신 완만산 경사의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경기를 볼 수 있다.
SK와이번스 관계자는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에는 외야에 피크닉 공간은 물론 아이들이 물장구를 칠 수 있는 작은 수영장까지 있다"고 말했다.
◆"그라운드 대신 스탠드를 봐라"
SK와이번스식 실험이 성공한 배경에는 SK야구단 특유의 '자율 · 위임' 야구가 자리잡고 있다. 신 사장은 2005년 3월 직후부터 경기 현장과 경영 마케팅 업무 영역을 철저히 구분지었다. 선수 및 경기운용 전략은 최고 전문가인 감독에게 위임하고 스태프 직원들은 관중을 모으는 데만 주력토록 했다. "야구 경기가 진행될 때 그라운드를 보지 말고 스탠드를 쳐다보라"는 게 신 사장의 메시지다.
장순일 SK와이번스 마케팅그룹장은 "2007년 처음으로 스포테인먼트 전략을 내놨을 때 '남들이 다하고 있는 것 가지고 떠든다'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구단들과 차별화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내년에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야구장에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