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飛龍)'의 마법이 통한 걸까. SK와이번스 야구단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구장이 올 시즌 벌써 일곱 번의 전 좌석(2만8000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2002년 SK와이번스가 홈구장으로 정한 뒤 지난해까지의 매진 횟수(7번)와 같은 수치다. 7년간 쌓은 기록을 한 시즌의 절반이 채 안 된 시점에 달성한 셈이다. 최근 관중몰이의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올 시즌 25경기를 치른 문학구장의 누적 관중 수는 42만7333명.골수팬이 많기로 소문난 '구도(球都)' 부산의 사직구장(46만334명)에 이어 2위다. 작년 시즌의 같은 기간 대비 관중 증가율로 보면 문학구장이 34.4%로 8개 구단 중 1위다. 구장 수입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28일 현재 문학구장 수입은 25억8966만원으로 작년 같은 때보다 77.2% 늘어 이 역시 증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한 해 30장도 채 못 팔던 연간 티켓권은 올 들어 4000장 넘게 팔려 나갔다.

문학구장이 이처럼 관중을 끌어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구장은 놀이터,선수는 엔터테이너'.SK와이번스는 이런 컨셉트 아래 2007년부터 스포츠(sports)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를 마케팅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팬들이 야구장에서 맘껏 '오락'을 즐길 수 있도록 구장 인프라부터 바꿔 나갔다.

관중과 선수들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관중석을 1 · 3루 더그아웃 위치까지 끌어내렸다. 외야에는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바비큐 존까지 만들었다. 의자를 뜯어낸 자리에는 흙과 잔디를 깔아 연인의 허벅지를 베고 다정한 포즈로 관람할 수도 있다. 응원하며 땀을 흘리는 여성 관중을 위해 화장을 고칠 수 있는 전용 파우더 룸까지 만들었다. 구장 옆에 만든 미니 야구장에서는 아빠와 아들이 경기 시작 전 공을 서로 주고받는 캐치볼을 할 수도 있다.

요즘엔 스마트폰을 가진 젊은 관중들을 위해 경기장 어디에서나 무료로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른 구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차별화한 실험을 시도하며 야구 관람 문화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