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가진 단독회담에서 천안함 사태의 전말과 대응 방향을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다.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며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임이 드러난 만큼 중국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지였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비교적 강하게 할 말을 다했다"고 했다. 이에 원 총리는 "객관적,공정한 판단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을 무조건 두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당초 30분 예정이던 단독회담 시간이 90분여로 늘어났다. 환담시간까지 합치면 모두 2시간 30여분간 얼굴을 맞댄 셈이다.

[한ㆍ중 '천안함 회담'] 李대통령, 침몰과정 도면 보여주며 90분 조목조목 설명

◆"할 말 다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이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듯했다. 29~30일 원 총리와 제주에서 몇 차례 대면하는 기회도 있는 만큼 중국의 마음을 확실히 다잡아 놓겠다는 결심이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 결과'라는 제목이 붙은 그림 도면까지 준비해 직접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틀 전 직접 지시해 만든 것이다. 천안함 침몰 과정과 모형이 담겨 있다.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가 북한제 수출용 어뢰의 설계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과 함께 정보 분석 내용까지 브리핑했다. 이에 원 총리는 쓰고 있던 안경까지 벗고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경청했다.

이 대통령의 회담 포인트는 북한을 바로 이끌기 위해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응징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할 수 있는 만큼 이번엔 반드시 짚고 넘어가자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원 총리의 면전에서 "이번만큼은 북한이 잘못을 인정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게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로 접근했다. 특히 "북한이 나쁜 행동을 저지른 데 대해 흐지부지 지나감으로써 결과적으로 나쁜 행동에 보상하는 결과가 됐던 것을 잘 알고 계시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중국에 분명한 입장 정리를 요구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6자회담 재개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회담 재개 자체가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진정성을 보이는 게 중요하고 천안함 사태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을 못박았다.

◆'비호하지 않겠다' 의미는

원 총리는 한국민과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지만 비교적 신중했다. 이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서는 절제되고 균형적인 내용이었다는 선에서 평가했다. 그렇지만 몇 가지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 우선 국제적인 조사와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면서 시시비비를 가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측은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비동맹 국가인 인도마저 한국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는 만큼 국제적인 여론은 우리가 절대 유리하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 같은 정황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특히 원 총리가 중국의 결정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을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그 어떤 행위도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한 점은 사실상 북한을 무작정 옹호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시시비비를 가리고…'라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국의 조사 결과를 완전히 믿지 못한다는 뜻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기대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