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문훈숙 "3년전 '지젤' 공연때 2천만원 첫 흑자 정말 눈물 날 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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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
만난 사람 = 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
만난 사람 = 고두현 문화부장 kdh@hankyung.com
"오랜만에 무대에 서보니까 역시 난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니버설발레단의 'CEO(최고경영자) 문훈숙'보다는 '지젤 문훈숙'이 더 맞구나….원래 없던 배역이었는데 일부러 카메오로 출연한 거죠.사실은 더 나이 들면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특별히 해봤어요. 나중에 할머니 심청으로 나올 수는 없잖아요(웃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발레 '심청'의 원조 주역.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47)은 9년 만에 무대에 오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아직도 발레단장이라는 직함이 어색하다"며 "다만 발레단을 좀 더 잘 키워보자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유니버설발레단의 성과는 매우 좋다. 그는 "주변에 좋은 분들이 계시고 열심히 뛰어줘서 가능했다"고 겸손해하지만 발레 정기공연을 하면서 흑자를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마이너스 안 된 게 2007년인가 그때가 처음이에요. 예술의전당에서 '지젤' 공연을 했었는데 월급이나 인건비 등을 빼고 공연만 놓고 봤을 때 2000만원 정도 남았어요. 처음이었죠.작년에도 많이 남은 건 아니지만 정기 발레 공연이 적자는 면했어요. "
물론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공연이라 해도 2000만~3000만원 선이지만 척박한 국내 현실에 비춰볼 때 놀라운 성과다. "무대장치도 하고 의상도 하고 이런 비용 생각하면 흑자는 아니에요. 보통 60~70% 정도 유료 티켓이 판매되는데 이번 공연은 그 기준보다 더 어려워요. 다른 극장 분들이 그래도 굉장히 잘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요새 공연계가 다 어렵잖아요. UBC(유니버설발레단)가 (유료관객) 50% 한다니 부럽다고들 해요.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면 흑자 난다고 후원을 안 해줄까봐 걱정이에요(웃음)."
프랑스 공연때 도와준 삼성 지금도 고마워
우리 기업들의 문화 후원 수준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요즘은 기업들이 회사 건물 지을 때 작은 공연장 짓고 자선사업이나 사회 환원 생각 많이 하잖아요. 예를 들어 직원과 고객들에게 공연 보여준다거나 창의적인 것이 화두가 되면서 예술가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연수형태로 와서 알아보는 프로그램도 있고….10년 전보다는 많이 달라졌어요. "
그는 회사 직원들이 와서 스트레칭하고 발레동작도 해보고 그런 경우가 꽤 많다면서 "제일 반가운 건 와서 공연을 봐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마음이 동하면 본격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문화마케팅 단계로 나아가면 더 좋겠다는 것.
"이런 작품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겠구나 하고 판단하면 해외공연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좋겠지요. '심청'의 경우 70~90명이 나가야 하는데 해외 기획사가 대관료 홍보마케팅 호텔 등을 다 해준다고 해도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행기 비용 때문에 못 갈 때도 많아요. 우릴 초대하고 싶은 곳들은 많은데 너희들이 항공료 부담하라고 하니까….우리가 유럽 발레단이면 기차 타고 다니면 될 텐데."
그는 2003년 프랑스에서 '심청' 공연할 때 삼성이 항공료 일부를 지원해준 것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공연이 끝난 다음 날 이라크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공연 리뷰가 신문에 못 실린 게 안타까웠지만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
발레단에 가장 도움이 되는 지원은 의외로 큰돈이 아니라 작고 섬세한 배려였다. '심청'을 예로 들면 3막 의상은 어느 기업에서 후원하고 어느 발레리나의 토슈즈는 어느 업체가 지원한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막연하게 '후원했다'는 것보다 무대장치는 어디어디가 했다 등으로 구체적이면 좋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런 거 많이 봤어요. 특별히 좋아하는 발레리나가 있으면 개인이나 기업이 그를 정기적으로 후원할 수 있죠.우리 발레단에도 토슈즈 프렌즈 있어요. 프랑스의 댄스숍 레페토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우리 무용수들의 토슈즈를 지원했어요. "
뛰어난 후배 무용수들 국내서 더 활동했으면…
그의 국제화 전략도 흥미롭다. 그는 뛰어난 무용수들이 해외로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전에는 해외로 나가야만 좋은 트레이닝 받고 세계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훈련 받아도 세계 굴지의 대회에서 입상하고 해외 발레단에 입단해 활동합니다. 우리 최고의 무용수들 로열발레단 파리오페라 등과 비교해도 문제 없거든요. 좋은 무용수들이 국내에서 더 활동하길 바라죠."
국내에서 성장해 게스트로,스타로 불려 나가라는 얘기다. 해외 단체에서 초청 받아 한국사람 특유의 신명과 끼를 예술적으로 '수출'하는 것이 좋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그에게 '발레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목에서 신경이 쓰였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춤은 인간으로 봤을 때 가장 근본적인 무엇,아이가 뱃속에서 엄마의 심장 박동을 듣고 움직이는 것과 같죠.가장 우주적인 것.오페라나 연극이나 드라마는 언어가 필요하고 통역 자막이 필요하지만 움직임에는 그런 것이 필요없잖아요. 가장 유니버설하죠.발레가 너무 형식화돼 있다는 비판도 받지만 인간의 몸,가장 근본적인 움직임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 게 발레죠.그거죠.바로 리듬!"
'영원한 지젤'로 불리는 그도 어느새 5학년(50대)을 바라본다. 이젠 치열함으로부터 좀 자유로울까. "'심청' 공연 준비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더라고요. 잘 준비했나. 영상은 좋은가. 세련되게 조합이 안 되면 어쩌나. 이런저런 얘기 들을 것 같기도 하고.처음에는 항상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요즘은 좀 달라졌어요.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뭐든지 잘하려고 애쓰는데 거기에서 '잘'자를 떼어내버려라.그냥 재미있게 해봐라.저도 늘 쫓겼는데 이젠 그 '잘'자를 잘라내려고 해요. 그냥 하라고.그러면 더 잘할 거라고."
딸내미랑 사는 재미…요즘 읽는 책은 잭 웰치의 '위닝'
개인적으로는 요즘 들어 '딸내미랑 사는 재미'가 너무 좋다고 했다. "제가 3년 전에 이사를 갔는데 시부모님 모시고 24년 살다가 독립해서 제 공간이 생겼잖아요. 신월(딸 · 8)이랑 노는 게 정말 행복해요. 쟤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죠.이번 '심청'에도 신월이가 나오는데 다른 애들은 세 번씩 하고 왜 나만 두 번이냐고 불평해요. 그게 또 얼마나 예쁜지.함께 여의도에 자전거 타러 가고 피자 먹으러 가고 쇼핑도 하고."
그는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의 아들과 영혼 결혼식으로 화제를 모았고 조카인 신월과 신철(17 · 아들)을 양자로 들여 키우고 있다.
책은 주로 경제경영서를 읽는다. 요즘 읽는 책은 잭 웰치의 《위닝(winning)》.어릴 때 미국에서 자라 한글보다 영어로 된 원서가 더 편하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발레 '심청'의 원조 주역.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47)은 9년 만에 무대에 오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아직도 발레단장이라는 직함이 어색하다"며 "다만 발레단을 좀 더 잘 키워보자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유니버설발레단의 성과는 매우 좋다. 그는 "주변에 좋은 분들이 계시고 열심히 뛰어줘서 가능했다"고 겸손해하지만 발레 정기공연을 하면서 흑자를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마이너스 안 된 게 2007년인가 그때가 처음이에요. 예술의전당에서 '지젤' 공연을 했었는데 월급이나 인건비 등을 빼고 공연만 놓고 봤을 때 2000만원 정도 남았어요. 처음이었죠.작년에도 많이 남은 건 아니지만 정기 발레 공연이 적자는 면했어요. "
물론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공연이라 해도 2000만~3000만원 선이지만 척박한 국내 현실에 비춰볼 때 놀라운 성과다. "무대장치도 하고 의상도 하고 이런 비용 생각하면 흑자는 아니에요. 보통 60~70% 정도 유료 티켓이 판매되는데 이번 공연은 그 기준보다 더 어려워요. 다른 극장 분들이 그래도 굉장히 잘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요새 공연계가 다 어렵잖아요. UBC(유니버설발레단)가 (유료관객) 50% 한다니 부럽다고들 해요.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면 흑자 난다고 후원을 안 해줄까봐 걱정이에요(웃음)."
프랑스 공연때 도와준 삼성 지금도 고마워
우리 기업들의 문화 후원 수준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요즘은 기업들이 회사 건물 지을 때 작은 공연장 짓고 자선사업이나 사회 환원 생각 많이 하잖아요. 예를 들어 직원과 고객들에게 공연 보여준다거나 창의적인 것이 화두가 되면서 예술가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연수형태로 와서 알아보는 프로그램도 있고….10년 전보다는 많이 달라졌어요. "
그는 회사 직원들이 와서 스트레칭하고 발레동작도 해보고 그런 경우가 꽤 많다면서 "제일 반가운 건 와서 공연을 봐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마음이 동하면 본격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문화마케팅 단계로 나아가면 더 좋겠다는 것.
"이런 작품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겠구나 하고 판단하면 해외공연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좋겠지요. '심청'의 경우 70~90명이 나가야 하는데 해외 기획사가 대관료 홍보마케팅 호텔 등을 다 해준다고 해도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행기 비용 때문에 못 갈 때도 많아요. 우릴 초대하고 싶은 곳들은 많은데 너희들이 항공료 부담하라고 하니까….우리가 유럽 발레단이면 기차 타고 다니면 될 텐데."
그는 2003년 프랑스에서 '심청' 공연할 때 삼성이 항공료 일부를 지원해준 것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공연이 끝난 다음 날 이라크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공연 리뷰가 신문에 못 실린 게 안타까웠지만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
발레단에 가장 도움이 되는 지원은 의외로 큰돈이 아니라 작고 섬세한 배려였다. '심청'을 예로 들면 3막 의상은 어느 기업에서 후원하고 어느 발레리나의 토슈즈는 어느 업체가 지원한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막연하게 '후원했다'는 것보다 무대장치는 어디어디가 했다 등으로 구체적이면 좋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런 거 많이 봤어요. 특별히 좋아하는 발레리나가 있으면 개인이나 기업이 그를 정기적으로 후원할 수 있죠.우리 발레단에도 토슈즈 프렌즈 있어요. 프랑스의 댄스숍 레페토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우리 무용수들의 토슈즈를 지원했어요. "
뛰어난 후배 무용수들 국내서 더 활동했으면…
그의 국제화 전략도 흥미롭다. 그는 뛰어난 무용수들이 해외로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전에는 해외로 나가야만 좋은 트레이닝 받고 세계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훈련 받아도 세계 굴지의 대회에서 입상하고 해외 발레단에 입단해 활동합니다. 우리 최고의 무용수들 로열발레단 파리오페라 등과 비교해도 문제 없거든요. 좋은 무용수들이 국내에서 더 활동하길 바라죠."
국내에서 성장해 게스트로,스타로 불려 나가라는 얘기다. 해외 단체에서 초청 받아 한국사람 특유의 신명과 끼를 예술적으로 '수출'하는 것이 좋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그에게 '발레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목에서 신경이 쓰였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춤은 인간으로 봤을 때 가장 근본적인 무엇,아이가 뱃속에서 엄마의 심장 박동을 듣고 움직이는 것과 같죠.가장 우주적인 것.오페라나 연극이나 드라마는 언어가 필요하고 통역 자막이 필요하지만 움직임에는 그런 것이 필요없잖아요. 가장 유니버설하죠.발레가 너무 형식화돼 있다는 비판도 받지만 인간의 몸,가장 근본적인 움직임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 게 발레죠.그거죠.바로 리듬!"
'영원한 지젤'로 불리는 그도 어느새 5학년(50대)을 바라본다. 이젠 치열함으로부터 좀 자유로울까. "'심청' 공연 준비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더라고요. 잘 준비했나. 영상은 좋은가. 세련되게 조합이 안 되면 어쩌나. 이런저런 얘기 들을 것 같기도 하고.처음에는 항상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요즘은 좀 달라졌어요. 어떤 분이 그러더라고요. 뭐든지 잘하려고 애쓰는데 거기에서 '잘'자를 떼어내버려라.그냥 재미있게 해봐라.저도 늘 쫓겼는데 이젠 그 '잘'자를 잘라내려고 해요. 그냥 하라고.그러면 더 잘할 거라고."
딸내미랑 사는 재미…요즘 읽는 책은 잭 웰치의 '위닝'
개인적으로는 요즘 들어 '딸내미랑 사는 재미'가 너무 좋다고 했다. "제가 3년 전에 이사를 갔는데 시부모님 모시고 24년 살다가 독립해서 제 공간이 생겼잖아요. 신월(딸 · 8)이랑 노는 게 정말 행복해요. 쟤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죠.이번 '심청'에도 신월이가 나오는데 다른 애들은 세 번씩 하고 왜 나만 두 번이냐고 불평해요. 그게 또 얼마나 예쁜지.함께 여의도에 자전거 타러 가고 피자 먹으러 가고 쇼핑도 하고."
그는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의 아들과 영혼 결혼식으로 화제를 모았고 조카인 신월과 신철(17 · 아들)을 양자로 들여 키우고 있다.
책은 주로 경제경영서를 읽는다. 요즘 읽는 책은 잭 웰치의 《위닝(winning)》.어릴 때 미국에서 자라 한글보다 영어로 된 원서가 더 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