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금융위기를 거치는 동안 한국 경제는 무너지기는 커녕 오히려 ‘리세션’(경기후퇴)를 피하는 저력을 보였다.한국 경제의 체력(펀더멘털)은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모건스탠리 홍콩법인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샤론 램이 2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린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다.램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외부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능력은 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과거 외환위기와 카드사태에서 얻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글로벌 경제와 재정 이슈가 불거졌을 때 가장 취약할 것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램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수요가 둔화되거나 설사 글로벌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져든다고 해도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가 받을 충격은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이후 한국은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단기 외화부채 비중을 줄여 2008년만 해도 적자였던 재정수지를 흑자로 끌어올렸다”며 “설령 신용경색이 발생해 자본 유출이 일어나더라도 그에 따른 충격은 2008년에 비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또 지난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내부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고 유동성도 풍부한 데다 가계의 재정상태도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램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경제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한국 정부는 과잉투자나 과잉소비를 유발할만큼의 과도한 정책을 펴지 않았다”며 “아직도 필요할 경우 경제성장을 촉발할 수 있는 정책 실현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유럽발 위기가 전염되거나 북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한국 경제의 성장성이 둔화될 이유는 없다는 진단이다.램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가신 후에도 원·달러환율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지만 여전히 높은 환율 수준에도 수출주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