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술시장에서 최고의 블루칩 작가로 꼽히는 것은 역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다. 이우환 천경자 오지호 장욱진 도상봉 이대원 이우환 등도 이 대열에 드는 작가다.

이중섭의 경우 2005년 가짜 그림 파문으로 아직까지 거래가 거의 없지만 다른 작가의 작품은 시장에 나오기 무섭게 팔리고 있다. 미술 전문가들은 이들 작품이 국내 미술 시장에서 충분한 검증 과정을 통해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점을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

◆박수근(1914~1965년)

박수근은 한국 미술시장의 거대 동력이다. 그의 1950년대 작품 '빨래터'는 45억2000만원(이하 구매 수수료 제외)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 10점 가운데 그의 작품이 4점이나 포함돼 있다.

강원도 양구 태생인 박 화백은 서민들의 애환을 독특한 질감에 담아내 한국 화단의 최고 인기 작가로 자리잡았다. 국내 근 · 현대 미술품 경매가 중에서 10억원이 넘는 작품은 '빨래터'를 비롯해 '시장의 사람들'(25억원) '농악'(20억원) '공기놀이 하는 아이들'(20억원) '앉아 있는 아낙과 항아리'(14억6000만원) '한가한 날'(12억4000만원) '휴식'(10억5000만원) 등 7점이나 된다. 컬렉터들이 박씨의 작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한국적 소재와 기법 때문이다.

◆이중섭(1916~1956년)

이중섭의 1950년대 유화 '황소'가 추정가 35억~45억원에 경매에 나와 박수근의 '빨래터'가 세운 국내 경매 최고가(45억2000만원) 경신에 도전한다. 그동안 이중섭의 군동화(群童畵),은지화(銀紙畵) 등은 경매됐으나 '소' 유화 작품이 경매시장에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한국인에게 각별한 대상이었던 소의 특성을 선하면서도 우직하게 묘사해 국민적 추앙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화풍은 6 · 25전쟁을 피해 잠시 머물렀던 서귀포 피란 시절을 경계로 민족적인 주제 의식에서 점차 자전적인 내용으로 바뀐다. 소를 중심으로 한 향토적,서정적 주제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게와 물고기,가족을 다룬 자전적 요소를 두드러지게 드러낸 것.특히 '소' 그림은 12~13점으로 극히 적다. 지금까지 이중섭의 그림 중 경매 최고가는 2008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15억원에 팔린 10호 크기의 유화 '새와 아이들'이었다.

◆김환기(1913~1974년)

김환기의 작품은 작년 경매 낙찰 총액 50억원을 돌파하며 박수근(37억원)을 누르고 미술시장의 새로운 '황제주'로 떠올랐다. '꽃과 항아리(정물)'는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30억5000만원에 낙찰돼 국내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다.

그의 작품은 1950년대 정물과 1960년대 초 · 중반의 산월 시리즈,1963년 도미(渡美) 후 본격화한 점 시리즈로 구분된다. 매화와 항아리,산과 달 등 한국적 소재에 강한 애착을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감한 추상 형식의 화풍을 전개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그만큼 다양한 층의 컬렉터들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근 · 현대 미술품 경매 최고가 '빅10' 가운데 김 화백의 작품은 4점이다. K옥션 경매에서 17억원에 낙찰된 1970년작 '무제 1-VI-70 #174'를 비롯해 '항아리'(9억1000만원),'새와 달'(9억원),'새'(8억원) 등이다. 현재 서울 인사동 등 화랑가에서 호당(18×14㎝) 가격은 4000만~5000만원을 호가한다.

◆이우환(1936년~)

국내 미술시장의 역동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작가. 그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2007년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그의 1976년작 '선으로부터'(64.8×52.7㎝)가 36만달러(약 18억원)에 팔려 해외 시장에서 거래된 국내 작가 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생존 작가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이씨의 그림값은 지난 2년 동안 3분의 1 수준까지 내렸으나 올 들어 대표작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바람과 함께' '조응' 시리즈가 10% 이상 오른 점당 5000만~3억2000만원(100호 · 130×160㎝ 기준)에 거래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옥션 메이저 경매에서 그의 출품작 4점 중 3점(73%),K옥션 경매에서는 6점 중 5점(83%)이 각각 팔려 지난해 평균 낙찰률(66.2%)을 크게 웃돌았다. 이씨의 1970~80년대 작품 '선' 시리즈의 값은 작년 말 점당 2억5000만원에서 최근 2억8000만~3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바람' 시리즈도 수작의 경우 1억8000만원으로 뛰었고,5000만~6000만원이던 '조응' 시리즈는 8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장욱진(1918~1990년)

장씨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작가다. 가격 상승폭으로 따지면 박수근 김환기 천경자보다 떨어지지만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은 1950~1960년대 구작과 1980년대 이후 신작으로 나뉘어 가격이 형성돼 있으며 희소가치가 높은 구작이 신작보다 가격이 더 나간다.

◆천경자(1924년~)

천씨의 작품 가운데 미인도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의 미인도는 이국적 이미지와 원색이 더해져 신비스런 느낌을 전해준다. 천씨의 작품 가운데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은 K옥션에서 12억원에 낙찰된 작품 '초원'이다.

◆오지호(1905~1985년)

한국적 인상주의를 개척한 오씨 역시 국내 미술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가격 상승폭이 두드러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그러나 인기는 여전하다. 그의 작품은 설경(雪景)과 해경(海景)으로 구분된다. 인상주의의 특성을 잘 살린 해경 작품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다.

◆도상봉(1902~1977년)

국내 미술시장에서 정물화의 매력을 일깨워준 작가다. 안정된 구도를 통해 절제와 질서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정물화는 라일락과 백국,작약 등 만개한 꽃그림과 과일 등의 일반 정물로 구분된다. 경매시장에서 그의 10호 크기 꽃그림이 3억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