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그림값이 가장 높았던 작가는 박수근이었다. 또 지난 10년간 미술품 투자수익률이 주식이나 부동산,채권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준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국내에서 미술품 경매를 시작한 1998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서울옥션과 K옥션에서 낙찰된 8345점의 그림값을 분석한 결과다.

남 교수는 최근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주최한 '한국미술품 시가 감정의 현황과 전망' 국제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미술품의 가격결정 요인 및 투자수익률 분석)을 발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미술품의 가격 분석은 객관적이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작품에 담겨 있는 화가의 명성과 스토리가 가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남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박수근 작품의 평균 매매가는 3억46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미술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작품의 재료,바탕,크기보다는 화가의 명성과 스토리가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이중섭이 2억4600만원,유영국이 2억1100만원으로 2,3위를 차지했고 김환기(1억7900만원),이우환(1억4600만원),천경자(1억1400만원),오치균(1억1300만원),도상봉(1억원),이대원(8700만원)이 뒤를 이었다. 18세기 화가인 겸재 정선(7600만원)은 10위에 올랐다.

남 교수는 또 1999~2008년 미술품 투자수익률은 연 평균 23.74%로 국공채(5.57%)나 회사채(6.15%) 부동산(5.13%) 주식(18.29%) 저축성 예금(5.08%)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미술품 투자수익률은 1999년 108.5%까지 올라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등락을 거듭했다.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2007년 미술품 투자수익률은 다시 99.4%로 치솟았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26.64%,국공채는 5.2%,부동산은 9.2%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미술품 투자수익률은 -30.6%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10.68%에 불과했다. 경제위기의 충격이 그림 시장에 훨씬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남 교수는 "그림 투자는 주식이나 부동산,채권보다 위험 부담이 높아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미술품은 유가증권이나 부동산과 달리 환금성이 떨어지고 경기에 따라 가격 변동폭도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금융상품과 미술품에 대한 투자를 적절히 병행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화가별 투자수익률은 중견 작가 강요배씨 작품이 50%를 넘어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사석원(38.74%) 오치균(38.84%) 이숙자(30.1%) 정상화(29.8%) 이우환(29.3%) 순이었다. 반면 박수근 이중섭 작품의 투자수익률은 각각 21.3%,18.5%로 명성에 비해 수익률이 비교적 낮았다. 또 박생광(17.9%) 김환기(13.1%) 임직순(12.2%) 백남준(10%) 장욱진ㆍ오지호(8.6%)의 작품 수익률도 10% 안팎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에서 유통된 작가별 작품값 차이를 지수로 정리한 결과 10대 '블루칩' 작가에는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정선 김정희 도상봉 김환기 유영국 오윤 등이 들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