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애호가 임씨는 1998년 친구의 권유로 인사동 고미술상점에서 단원 김홍도의 3호 크기 소품 화조도를 7000만원에 구입했다. 임씨는 이 작품을 지난 3월 경매를 통해 1억1000만원에 팔았다. 10년 동안 단원의 그림을 실컷 감상하고 4000만원의 투자 수익까지 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지난 3월 신생 경매회사 옥션단의 첫 경매에서는 19세기 금강산 그림첩인 '와유첩'(臥遊帖)이 17억1000만원에 팔려 국내 고미술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2006년 서울옥션에서 낙찰된 17세기 도자기 '철화백자운용문호'(16억2000만원)보다 9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도자기나 고서화 등 고미술품이 재테크의 '블루오션'으로 뜨고 있다. 올 들어 고미술품 경매 낙찰률이 80% 선까지 수직 상승했고 고미술품 전문 경매회사 등이 잇달아 설립 예정이어서 고미술업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고미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미술 시장이 근ㆍ현대 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작품값 역시 15년 사이에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서서히 회복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명석 우림화랑 대표는 "고미술품이 경매시장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절세 상품이라는 이점과 안목에 따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까지 갖춰 올해부터 거래 시스템이 보완되면 화랑가에서도 거래가 활기를 띨 것 같다"고 낙관했다.

○낙찰률 수직 상승

K옥션의 경우 2006~2009년 50~60%대에 그쳤던 경매 낙찰률이 지난 3월 메이저 경매에서는 출품작 64점 중 53점이 팔려 82%로 높아졌다. 서울옥션도 70%를 기록했다. 고미술 경매회사 아이옥션의 낙찰률은 80%대를 넘어섰다.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3월26일 옥션단의 첫 경매에서 김홍도의 금강산 그림을 본떠 그린 작품에 시문(詩文)을 덧붙인 '와유첩'이 2006년 서울옥션 낙찰품인 17세기 도자기 '철화백자운용문호'(16억2000만원)보다 9000만원 높게 팔렸다.

K옥션의 지난 3월10일 경매에서도 김옥균의 '행서시고'가 추정가보다 8배 높은 4200만원에 낙찰됐다. 순종 황제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회중시계는 예상가를 훨씬 뛰어넘는 1억2500만원,명성황후의 한글 편지는 500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하루 뒤인 서울옥션 경매에서도 80만원으로 출발한 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묘작도'(猫雀圖)가 경합 끝에 3100만원에 팔렸고,3월23일(현지시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18세기 조선시대 청화백자가 7억6000만원에 팔려 눈길을 끌었다. 특히 1000만원 미만의 중저가 백자,청자,고서화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아이옥션의 지난 3월 경매에서는 1000만원 미만 출품작 낙찰률이 도자기 88%,민속품 90%,고서화 75%를 기록했다.


○경매회사 신설…시장도 기지개

고미술품 시장이 활기를 띠자 중저가 고미술품을 주로 매매하는 군소 경매업체들이 잇달아 생기고 있다. 2008년 출범한 아이옥션에 이어 옥션단,아트뱅크 등이 최근 문을 열었다. 또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의 큰아들이 운영하는 다보성 갤러리,고미술품 전문갤러리 공화랑이 이미 경매회사 설립 인가를 받아 놓은 상태다. 우림화랑과 고미술 업체 동예헌도 경매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경매시장에 나온 작품들의 70~80%가 점당 1000만원대의 중저가 작품으로 일부 컬렉터들이 장기 투자를 위해 '입질'하고 있다"며 "중저가 고미술품 경기가 바닥을 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