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화당은 흑인을 노예로부터 해방시킨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만든 당이다. 그러니 흑인들에게 링컨은 신과 같은 존재였고,흑인은 공화당의 주요 지지층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흑인들은 링컨의 공화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남북전쟁 이후 145년이 지난 지금,흑인들은 거의 다 공화당을 떠났다. 흑인뿐만이 아니다. 남미계통과 유대인,일본 2세들도 이제는 거의 다 민주당을 지지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화당은 빠른 속도로 백인 보수정당으로 바뀌었고 빈곤층을 도와주는 여러 가지 정부 혜택에 줄기차게 제동을 걸어왔다. 소수 인종들이 공화당에 반감을 갖게 된 배경이다. 특히 미국 내 히스패닉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멕시코인들은 정서적 반감이 대단하다. 텍사스,캘리포니아 등 과거 자신들의 땅이었던 지역을 찾아간 멕시코인들을 불법이민자로 부르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공화당이 미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민주당은 노조를 등에 업고 빈곤층을 겨냥한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았다. 게다가 이민자 유입을 계속 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고,특히 불법이민자라도 범죄자가 아닌 이상 받아들이자는 정책을 지지해왔다. 흑인 등 미국 내 비주류가 민주당을 선호하는 이유다.

최근 불법이민 반대 법안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애리조나주는 전체 인구의 80%가 백인이다. 주지사도 백인 여성이고 주 상원과 하원 역시 압도적으로 공화당이 많다. 원래 이민법은 연방 의회의 관할로,주 정부나 의회가 다룰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애리조나주는 오바마 행정부가 국경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불법이민자 수가 무려 45만명(주 총인구 645만명)을 넘어서는 상황에 이르자 자구책을 강구한 것이다. 원래 연방정부에 불법체류자들로 인한 재정적 피해에 따른 보조를 요구했지만,받아들여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지난 4월23일 반 불법체류자법안을 독자적으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리조나주의 이민 관련 법안은 반 이민법안이라기보다는 반 불법 이민법안으로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의 80% 이상은 이 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이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도 서둘러 올해 안에 포괄적 이민법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문제는 이 법안에 미국에 5년 이상 거주하면서 범죄 기록이 없고,특히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이 된 아이들의 가족을 우선적으로 선정해 200만~300만명을 사면하고,영주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시차를 두고 200만~300만명씩의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이 5년 후엔 미국시민이 되는데다 이들 모두가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가 될 것이니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반면 이들을 본국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공화당의 입지는 더욱 약해질 것이다.

공화당은 이들이 멕시코에서도 정부의 혜택으로 사는 사람들인 만큼 멕시코 정부가 이들의 미국행을 오히려 돕는 게 아니냐고 공격했다. 그 결과 멕시코 정부도 공화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화당은 이민정책으로 유색인종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전 미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