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제의 시행이 목전에 다가왔다. 지난 1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에서 한도를 정한 후 노동부 고시를 거쳐 7월1일부터 타임오프제가 실시된다.

그간의 노사 관행은 사용자가 전임자 임금을 전액 지급했고,종전의 노동법은 전임자 임금의 완전 금지를 규정해 현실과의 괴리가 심했다. 영미권 제도인 타임오프제를 택해 일부 지급을 허용한 것은 국제기준에 맞는 절충안이었다. 근면위에서 정한 타임오프 한도는 하후상박 원칙에 따라 지급여력이 적은 중소노조에는 유급노조전임자의 최대 한도를 현상 유지 혹은 약간 상회하도록 정하고,지급능력이 있는 대규모 노조의 한도는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근면위는 중소기업의 경우 정교하지 않은 인사제도와 허약한 노조 때문에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노동기본권도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있으므로 유급노조전임자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지만,대규모 노조들은 조합원 수에 비례한 재정 여력이 있어 유급전임자를 줄여도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노사문제가 늘 그렇듯 이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노사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들에 있어 유급전임자 한도가 줄어든 대기업보다는 한도가 현재보다 늘어난 일부 중소사업장이 우려를 표시한다. 조합원이 290여명인 한 외국계 화장품회사는 현재 한 명의 전임자를 두고 있고,450여명의 노조원을 둔 모 사립대학은 두 명의 전임자를 두고 있는데,이번 결정으로 최대 한도가 각각 한 명씩 늘어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노동계는 중소노조 비중이 높은 한국노총보다는 대규모 노조가 많은 민주노총이 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단시일에 전임자 수를 대폭 줄여야 하는 대공장 노조의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현재 140여명에 달하는 유급전임자를 7월1일까지 노사협상을 통해 18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짧은 시일에 살림규모를 대폭 감축해야 하는 노조도,서둘러 원직복귀해야 하는 노조 간부들도 고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노조의 사례들은 이번의 축소조치가 지나치게 무리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공기업들은 1995년부터 정부방침으로 전임자를 줄여와서 많은 공기업들이 이미 이번 기준과 유사한 수의 전임자를 두었다. 조합원 수가 4000여명인 모 공사노조의 경우 근면위 한도와 일치하는 7명의 전임자로 수년째 운영해왔다. 더욱이 교원노조는 법에 따라 노조 자체 재정으로 인건비를 해결해야 하므로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전임자는 아예 허용되지 않는다. 그 결과 조합원이 6만여명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체 노조 예산의 36%를 전임자를 위한 인건비로 사용해왔다.

타임오프제가 정착되려면 노 · 사 · 정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전임자 임금을 법으로 금지한 일본의 경우 '야메전임(불법전임)'이라는 일부 담합사례가 있다. 지켜지지 않는 법은 현장 노사관계를 더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정부와 사용자는 단기적인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타임오프의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타임오프제 시행은 노동운동에 단기적으로 부담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명분과 체질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지금처럼 노동운동가들의 봉급을 사용자가 전액 지급하는 제도는 사리에도 맞지 않고 국제기준에도 어긋난 것이었다. 사용자에게 봉급을 전부 지급받으며 사용자를 대상으로 투쟁하는 것도 떳떳하지 못하다. 조합비로 재정의 대부분을 충당함으로써 노조 운영이 투명해지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재정효율성이 강화될 것이다. 타임오프제의 성패는 노사가 이 제도를 얼마나 수용하는지에 달려있다. 한국 노사관계의 백년대계를 위한 노사의 이해와 노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