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자비치발리볼 월드투어 크라운 · 해태제과 서울오픈' 결승이 열린 30일 서울 잠실한강공원 경기장.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줄리아나(브라질)가 엉덩이 뒤로 오른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애커스-터너의 미국팀이 넣은 서브를 줄리아나가 리시브하자 라리사가 줄리아나 뒤로 돌아 강력한 스매싱을 꽂아넣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2000여명의 관중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이번 대회 우승은 최고 인기를 끌며 화끈한 공격력과 안정적인 팀워크를 보여준 줄리아나-라리사 조에 돌아갔다. 3,4위 결정전에서는 3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케시-로즈 조(미국)가 안토넬리-탈리타 조(브라질)를 2-1로 눌렀다. 관중들은 랠리가 이어질 때마다 탄성을 쏟아냈다.


서울시와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과 크라운 · 해태제과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치발리볼의 매력을 충분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18×9m의 모래코트에서 펼쳐진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비치발리볼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했다. 강동석씨(서울 잠원동 · 37)는 자녀와 함께 한강변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비치발리볼 경기를 보고 즐거워했다. 그는 "시원한 강바람을 쐬러 왔는데 무료로 멋진 스포츠 경기까지 구경했다"며 "유치원생 아들이 배구공을 사달라고 야단"이라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이훈구씨(서울 성수동)는 "비치발리볼 경기를 처음 보는데 선수들의 키가 무척 컸다"며 "비키니 차림에 검게 탄 피부와 긴 팔다리,강력한 서브와 스매싱 등 눈길을 끄는 요소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서울의 젖줄인 한강의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알리는 '홍보마당' 역할까지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전거를 타고 나온 김민호씨(서울 상도동)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며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4회째를 맞으면서 대회 운영의 성숙도가 더해지고 선수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선수들은 넓고 푸른 한강의 경치에 반해 다시 오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브라질의 안토넬리 선수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왔는데도 한강의 아름다움은 변함이 없다"고 만족해했다.

비치발리볼 강국을 표현할 때 흔히 'ABC'라고 한다. 미국(America) 브라질(Brazil) 중국(China)의 이니셜을 따 3강 구도를 표현한 말이다. 이번 대회에도 브라질과 미국이 4강에 2개팀씩 진출하며 전통의 강호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2개팀이 출전한 한국은 모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의 메인 스폰서인 크라운 · 해태제과뿐 아니라 프로스펙스,포카리스웨트 등 후원업체들도 한결같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음료와 빙과업체들의 프로모션 효과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청승 비비스포츠(마케팅대행사) 회장은 "스포츠 마케팅은 기업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툴"이라며 "특히 이 대회는 150여개국 이상에 생방송으로 중계되기 때문에 홍보효과는 투입비 대비 최소 세 배 이상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