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방안이 정부 지분을 분산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동안 유력하게 거론됐던 다른 금융지주회사와 합병하는 방안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우리금융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분리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마련,지방선거가 끝난 뒤인 6월 중순께 발표할 예정이다.

◆합병보다는 분산매각이 현실적

정부는 올해 초만 해도 우리금융을 다른 금융지주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민영화하는 방안을 선호했었다. 그렇지만 다른 지주회사와 인수합병(M&A)하는 것이 당장 여의치 않은 데다 M&A의 실익도 별로 없다는 판단에 따라 분산매각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적으로 은행 대형화를 제한하는 '볼커룰'이 도입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요인이 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지주회사 간 합병은 전혀 별개 사안"이라며 "민영화 조기 추진이라는 목표는 변함이 없으며 다만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합병은 현재 금융여건상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한 강연회에서 "뭔가가 필요해서 대형화하는 것은 모르겠으나 대형화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며 이 같은 정부 내 기류를 시사했다.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 검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은 56.97%.정부는 이를 하나의 투자자에게 팔기보다는 국내외 연기금이나 전략적 투자자 등에게 분산매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일정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물밑에서 논의 중이다. 일부 외국계 펀드가 지분매입의사를 정부에 밝혔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이와 관련,"4~5곳의 재무적투자자들에게 지분 5~10%를 나눠 팔아 과점 주주그룹을 만드는 방안과 5% 미만으로 지분을 쪼개 파는 완전 분산매각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 광주은행은 분리 매각 쪽으로

정부 내에서는 지분을 분산매각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어 공적자금 회수금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우리금융 민영화에 앞서 분리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 중이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등이 경남은행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관측을 일단 공식 부인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이를 위한 논의 절차를 시작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금융위도 이를 공식 안건으로는 청와대에 보고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공자위 사무국 내에 태스크포스(TF)형태로 수개월간 우리금융 민영화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어 물밑으로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