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자산운용의 새 사령탑을 맡은 차문현 사장(56 · 사진)은 지난 28일 취임 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대한 목표나 비전에 대해선 철저히 말을 아꼈다. 대신 '반성'이란 표현을 5번이나 되풀이했다. 은행 지점장과 증권 · 운용사에서 '최고의 영업맨'이란 찬사를 들을 만큼 높은 성과를 낸 인물이란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였다.

차 사장은 동화은행 테헤란로지점을 은행 내 1위 점포로 키운 데 이어,제일투자신탁(현 하이투자증권)에선 3년 만에 수탁액을 3조원 가까이 늘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또 2005년 유리자산운용 사장으로 옮겨 5년 만에 운용자산을 8배나 늘려 5조원 규모의 중형 운용사로 키워냈다. 우리금융그룹이 운용사 강화를 위해 그를 스카우트한 배경이다.

차 사장은 "용광로에 고철을 넣어 새로운 쇳물을 뽑아내듯 치열하고 처절한 자기 반성이 없으면 우리자산운용은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펀드 불완전 판매로 각인된 '우리파워인컴펀드'의 후유증을 의식하는 듯했다. 임직원에게 나눠준 책도 '반성하는 조직이 성공한다'였다. 그는 "지금은 앞보다는 뒤를 돌아볼 때"라며 "지난 흔적과 얼룩진 부분을 살펴 반성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최우선 과제도 '고객신뢰 회복'이다. 차 사장은 "운용은 곧 신뢰"라며 "신뢰가 회복되면 우리금융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운용사로 충분히 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객 중심의 운용'을 강조했다. 차 사장은 "저비용 펀드여야 고객에게 장기적으로 보다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며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들도 회전율을 낮춰 거래비용을 줄여나가고,계량적 분석을 통해 운용하는 퀀트액티브펀드나 가치주펀드에 비중을 더 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펀드매니저들이 운용상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할 우려가 있는 요인을 철저히 차단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취임 첫날부터 임직원들에게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나 피델리티와 같은 독립운용사의 성장 모델을 연구할 것을 주문했다. 차 사장은 "운용사는 평판(reputation)을 먹고 성장한다"며 "10년 뒤 후배들로부터 좋은 '징검다리'였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