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29~30일 열린 한 · 일 · 중 정상회의에선 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중심 화두였다.

각국 정상들은 한 · 일 · 중,한 · 일 및 한 · 중 양자 간 FTA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FTA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 여러 번 언급이 있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이번 회의를 계기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일본,비관세 장벽 낮춰야"

이번 제주 정상회의에서 3국은 "FTA를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고 더 멀리는 공동시장 설립을 목표로 경제통합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 중 · 일 3국 통상장관들이 지난 23일 올해 안으로 '투자협정'을 맺기로 하고,산 · 관 · 학 공동 연구를 2012년까지 마치기로 한 데 이어 정상들의 이 같은 발언은 FTA 추진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한 · 일 FTA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한 · 일 정상은 양국 간 FTA 체결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실무협의 체계를 한 단계 올림으로써 협상 속도를 높이고 내용도 내실화하자는 데 합의했다. 실무 협의에 참여하는 양국 정부 관계자들의 격을 과장 또는 심의관급에서 국장 또는 차관보급으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앞으로 100년의 한 · 일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FTA 협정 체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공감하면서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한국의 세계적 기업이 일본에서 철수했다"며 비관세 장벽을 낮추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고 하토야마 총리는 "적극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한 · 일은 2003년 12월 서울에서 1차 FTA 협상을 시작한 이후 이듬해 11월까지 여섯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제조업과 농업 개방 문제 등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중단됐다. 2008년 4월 한 · 일 정상회담에서 FTA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를 갖기로 합의했고 지금까지 네 차례 진행됐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위기에 봉착하자 일본 측은 수석대표의 위상을 더 높여야 한다고 요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2020 채택 의미는

'비전 2020'은 향후 10년간 3국이 협력을 통해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를 담은 로드맵이다. 전문과 5개 부문의 본론,41개 항의 협력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5개 부문은 △동반자적 협력 관계 제도화 및 강화 △공동 번영을 향한 지속가능한 경제 협력 △지속가능 개발 및 환경보호 협력 △인적문화 교류 협력 확대를 통한 화합과 우의 증진 △지역 및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을 향한 공동 노력 등이다.

3국 간 경제통합을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과 함께 역내 경제성장과 통합에 필수적인 3국 간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늘려나가기 위해 각종 무역장벽을 철폐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3국 금융당국 간 협력을 강화해 금융회사의 상호진출을 확대하자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국제표준 공동 개발 및 주요 기술의 공통표준화를 골자로 하는 '표준협력 공동성명'과 보건의학 기술,오염 방지 · 폐기물 처리 기술,정보기술(IT) 분야 협력,자연재해 대응력 공동 강화 등을 위한 '과학혁신 협력강화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제주=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