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대북 경제협력사업을 중단키로 발표한 이후 북측이 개성공단의 통행을 차단할 수 있다며 위협 수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측 근로자의 신변안전이 걱정거리다. 북측은 대북 조치 가운데 심리전 재개 방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심리전 재개 시 확성기 격파사격,군사적 보장조치 철회,개성공단 육로통행 차단을 검토하겠다며 발톱을 세우고 있다.

입주업체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입주업체 대표들은 지난 금요일 서울 시내에서 회동을 갖고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 전단 살포나 확성기 방송 등을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인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북한은 작년에 근로자 유성진씨를 4개월간 억류한 '전과'가 있으며,한 · 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를 꼬투리로 잡아 지난해 3월 개성공단 통행을 며칠씩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했었다. 군당국은 30일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 실시키로 했던 전단 살포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정부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에 개성공단은 계륵 같은 존재다. 포기할 수도,껴안고 있기도 곤란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북한에도 '뜨거운 감자'임에 분명하다. 2004년 처음 공장을 돌리기 시작한 개성공단은 끊임없는 남북한 긴장 속에서도 남북교류의 마지막 창구 역할을 해왔다. 개성공단이 북한에 결코 포기하기 쉽지 않은 '달러 박스'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4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북측 근로자 임금으로만 한 달에 400여만달러가 들어간다. 천안함 사태가 불거지면서 남북 모두 강(强) 대 강 전술을 펼치고 있지만,개성에 대해선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경협사무소 인원을 추방하고,우리 측이 개성공단 내 체류근로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도록 조치를 취했지만 공단 폐쇄라는 마지막 카드는 쉽게 꺼내지 못하고 있다.

긴장이 계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서둘러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 이후 개성공단의 향방에 대해선 생각해 봐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남북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햇볕정책'이라는 생태계 속에서 만들어졌다. 개성에 공단을 조성하고 우리 기업들이 서로 공장을 짓겠다고 줄을 섰던 것은 햇볕정책이 지속될 것이란 전제에서였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건 햇볕정책 깃발은 사실상 내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북한 선박의 우리해역 이용을 금지하고,남북 교역 · 교류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천안함 이후'에 걸맞은 개성공단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공단을 계속 유지하려면 이곳을 중립지대로 만들어 더 이상 우리 근로자의 신변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북한이 암암리에 시장경제를 배우는 창이기도 하다. 시장은 참가자들의 이익이 맞아떨어져야 유지된다. 지금까지 공단이 그런 대로 잘 굴러온 것은 남북 양측의 이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좌판을 깔아주고,고리를 뜯어가면서 재미를 봤다.

초기 시장은 공급자가 만들지만,성쇠는 소비자가 결정한다. 위험한 장사에 이문이 많다는 속담이 있지만,앞으론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 시장은 닫힐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북한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확고한 원칙이 필요하다.

남궁 덕 과학벤처중기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