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연 27조원에 달하는 유럽 전력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효성은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영국 전력청의 초고압변압기 주공급자로 최종 선정됐다고 31일 발표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영국 전력청이 발주할 예정인 3000억원 규모 입찰에 주공급자 자격을 얻게 됨에 따라 절반 이상의 물량을 수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낮은 전압으로 변환시키는 초고압변압기는 설계가 까다로워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기기다.

이번 수주는 스위스 ABB,독일 지멘스,프랑스 아레바 등 빅3가 장악하고 있던 유럽시장을 공략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박대용 현대증권 기업분석2부장은 "지난해부터 중동 인도 남미 등으로 매출처를 확대한 데 이어 유럽 등 선진시장 비중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이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박 부장은 "지난해 2조3000억원대를 나타냈던 수주 규모에 비하면 금액으론 미미하지만 세계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는 빅3와 유럽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전력청은 세계적인 전력 및 가스 에너지 공급자로 영국 내 송전망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효성의 조현문 중공업PG장은 "이미 미국시장에서 2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번 주공급자 선정을 계기로 유럽시장에서 중전기기 수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2001년 미국에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2006년부터 미국 최대 전력회사인 AEP 등에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카타르에서 1300억원 규모의 전력망 사업 계약을 따내는 등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