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품질기준 맞춰 9월께 식약청에 보고서 제출
이처럼 학자와 전문의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던 김 대표는 2002년 사표를 던지고 바이오벤처기업인 FCB파미셀을 차렸다. 그는 "심장이나 뇌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시킬 수 없다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며 "줄기세포가 손상된 뇌와 심장의 세포를 복원하는 것을 임상적으로 확인한 의사로서 직접 치료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세계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당시 줄기세포 분야는 학문적 진전을 거듭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치료제의 상업화는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었다.
줄기세포 보관 및 마케팅총괄회사 FCB12(증권거래소 상장기업)와 줄기세포치료제 바이오벤처 FCB파미셀의 CEO(최고경영자)를 겸하고 있는 김 대표는 "사람 세포가 원료이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시하는 품질관리 기준이 너무 까다로웠고 초기에는 이를 맞출 방법이 없어 절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8년은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에 맞춰 회사를 세팅하는 기간이었다"며 "늦어도 내년 초면 세상에 없던 치료제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CB파미셀은 현재 급성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급성 뇌경색 치료제 '세레셀그램-스트로크',만성 척수손상 치료제 '세레셀그램-스파인' 등 3개의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해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3상 신약 후보물질 3개를 보유했다는 것은 국내 바이오업체에서는 최다 기록이다. 특히 급성심근경색 치료제는 다국적 임상시험대행기관(CRO)을 통해 임상3상과 환자치료 추적관찰 기간(6개월)을 끝낸 후 식약청에 제출할 임상시험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오는 9월께 보고서를 제출하면 식약청은 통상 60일간 평가한 후 치료제 시판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김 대표는 "이 치료제의 경우 3상까지 임상을 진행한 결과 안전성과 심근 재생 등 약효를 충분히 입증했으며,향후 스텐트(동맥 확장) 시술이나 혈압을 낮추는 데 만족했던 관련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 하티셀그램-AMI'는 초기에는 자가 줄기세포를 원료로 한 맞춤형 치료제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FCB는 줄기세포 추출 및 배양기술뿐만 아니라 식약청이 제시한 제약적 기준에 맞게 배양법을 확립한 세계적으로도 몇 개 안 되는 바이오 회사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FCB파미셀은 현재 경기도 성남에 연 3000명 정도를 치료할 수 있는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 기준의 제조공장을 설립,가동하고 있다. 또 향후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 유럽 인증을 받고, 독일에 GMP 시설을 갖춘 공장을 확보했다.
FCB12는 지난해 줄기세포 보관사업과 줄기세포 배양액을 이용한 화장품 등으로 7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40억원.FCB파미셀은 임상3상을 돌입한 3개 치료제 외에 출혈성 뇌질환,파킨슨증후군 등 10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 대해 임상1~2상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8년 동안 치료제 개발비와 GMP 기준의 공장 건설 등으로 25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며 "향후 안정적 연구 기반을 위해서도 재원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FCB12는 현재 심근경색 치료제의 상업화 등에 대비한 공장 증설을 위해 300억~500억원 규모의 외부 펀딩(투자유치)을 추진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