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에서 30년째 공구를 팔고 있는 이성오 우리공구 사장(57)은 요즘 한숨을 내쉬는 날이 많다.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어놓고서 오후 2시가 넘도록 마수걸이를 하지 못하는 날이 잦기 때문이다. 2년 전까지 하루 평균 200통 넘게 걸려오던 고객 전화도 지난해 일 평균 100통,올해는 일 평균 50통으로 줄었다.

이 사장은 31일 "작년 경기가 워낙 안 좋아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전보다 악화되고 있다"며 "요즘처럼 장사하기 힘든 적이 없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국내 대표 공구업체 밀집지역인 청계천 공구상가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청계3가 입정동 · 관수동 일대에 위치한 청계천 공구상가는 1960년대 형성되기 시작한 이후 50년째 국내 공구시장을 대표하는 지역.입주 업체만 1000여개로 국내 전체 공구의 50%가량이 유통되는 곳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어진 미분양 아파트 누적에 따른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 탓에 최근 이곳을 찾는 중소 건설업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공구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7년째 청계천에서 장사를 한다는 박승천 천일공구 사장(50)은 "올 들어 5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까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있는 우리공구,성심공구,삼원공구 등 다른 업체들도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20~30%가량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공구상가의 끝자락인 청계4가 배오개다리 네거리 역시 한산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네거리는 오후가 되면 전국의 건설현장으로 공구를 실어나르기 위해 모여든 화물트럭들로 일대 혼잡을 이뤘다. 하지만 올 들어선 한두 개 화물트럭만 있고 그마저 화물칸이 반도 차지 않았다.

유재근 한국산업용재공구상협회 회장은 "건설경기가 워낙 안 좋은 데다 대기업 기업운영자재(MRO) 업체들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청계천 등 중소 공구상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