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도 무소속 바람이 거세다. 여야의 텃밭인 영 · 호남에서 공천에 반발,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예상밖의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현역 단체장이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에서는 경남도지사 선거가 최대 관심사다. 이달곤 한나라당 후보와 김두관 무소속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두 후보는 3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서로 승리를 장담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민주노동당이 뒤에서 조종하는 김 후보가 도정을 맡으면 고위직이 거의 민노당 인사로 채워져 강성 노조의 등장으로 지역경제의 불이 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도지사가 무소속이고 지방의회 다수당이 한나라당이면 오히려 견제와 감시를 통해 건전한 도정을 이룰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구 · 경북 지역 역시 무소속 바람에 한나라당이 긴장하고 있다. 경북의 경주 경산 칠곡 문경 등과 경남의 남해 통영 김해 등 20여곳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여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상주하고 있어 무소속 열풍을 잠재울지 주목받고 있다. 달성군수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이석원 한나라당 후보와 김문오 무소속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어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가 자당 후보를 당선시킬지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도 마찬가지다. 10여곳의 시장 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바람'이 간단치 않다. 전남 순천시장,광양시장,강진군수,신안군수의 경우 현직 단체장들이 모두 무소속으로 나와 민주당 후보들을 위협하고 있다. 광주 남구 · 전남 나주 · 장성 · 해남은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 간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무소속 연대에 앞장선 황주홍 강진군수 후보는 "동네 일꾼을 뽑는 데 있어서 중앙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과 각을 세웠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공천권을 가진 중앙당에서 일방적으로 후보를 결정하는 데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감이 무소속 바람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25개를 모두 차지했던 서울시 구청장의 경우도 무소속이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 양천구청장 선거에서는 추재엽 현 구청장이 여야 후보와 접전 중이다. 강남 영등포 도봉 광진 금천 등 현직 구청장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곳도 이들의 득표가 선거 승패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