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훼손 가능성이 있어 백운산 등반을 허락하지 않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정종환 장관과 국토부 관계자들이 모처럼 등산을 위해 모였으니 오늘은 허락하겠습니다. "(이형구 의왕시장)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는 이형구 시장에게 마지막 선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

지난달 29일 오전 9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국토부 국 · 실장,산하기관 단체장 등 500여명이 백운산 등산에 앞서 의왕시 시청 근처 고천체육공원에 모인 자리에서 이 시장과 정 장관이 주고 받은 대화 중 일부다. 이날 등산은 정 장관이 국토부 간부 직원과 산하기관 단체장 간의 단합을 위해 마련한 이벤트였다.

이 시장의 이날 발언은 등산에 앞서 현 정부의 최장수 장관인 정 장관에게 건넨 환영사이긴 했으나 그냥 넘기기엔 뼈 있는 한마디였다. 이 시장은 한나라당 당원으로,8년 동안 의왕시 시장을 지내고 이번 지자체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사정은 이랬다. 이 시장이 최근 의왕시청을 중심으로 고천 중심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상황에 접한 것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해제 면적의 10%에 해당하는 그린벨트를 새로 만들거나 벌금을 내도록 규정돼 있는 점을 이 시장이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시장은 "그린벨트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정이라는 걸 모르진 않지만 그린벨트 관리를 어느 지자체보다 잘해 매년 상을 받아온 의왕시에 그린벨트를 새로 만들거나 벌금을 내라는 것은 좀 심하지 않느냐"며 어이없어 했다.

의왕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그린벨트가 가장 많은 도시다. 전체 면적의 90% 이상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하남시와 달리 그린벨트 훼손도 철저히 막아 정부로부터 그린벨트 보존 잘하는 지자체로 뽑혀 2006년부터 4회 연속 상을 받아왔다.

결국 이날 발언은 짧은 환영사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모순점'을 국토부 장관에게 에둘러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했다. 정 장관이 속뜻을 간파하고 '마지막 선물'을 약속해 등산 무산의 위기(?)를 모면하긴 했다. 그린벨트 지역 내 등산은 벌금을 부과할 수 있어 가뜩이나 심사가 편치 않았던 의왕시장이 금지하면 못할 수도 있었으나 양측 모두 재치 있게 충돌을 피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