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1~3월) 장부상 이익을 내고도 보유 현금이 줄어든 상장사가 505개에 달해 작년 1분기보다 4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10곳 중 3곳은 영업이익을 내고도 본업인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얘기다. 이 같은 업체들은 금융시장이 경색될 경우 유동성 압박에 시달릴 수 있어 전문가들은 1분기 현금흐름표를 꼼꼼히 살펴볼 것을 권하고 있다.

◆현금흐름 악화 기업 40% 증가

31일 기업정보 제공업체인 한신평정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을 냈지만 현금흐름표에 나타난 영업활동상 현금흐름에서 유입보다 유출이 많은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12개에 달했다.

조사 대상(금융회사 제외) 유가증권 상장사 628개의 33.8%에 달하며,작년 1분기(143개)에 비해선 48.3%나 늘어난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도 전체 912개 중 293개(32.1%)가 이 같은 기업군에 속해,전년 동기(209개)보다 40.2% 늘었다.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 유입에는 매출,이익,예금이자,배당수입 등이 있고 유출은 매입,판공비,대출이자,법인세 등이 있다. 영업활동상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본업인 영업에서 현금 유입보다 유출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들이 경기 회복에 따라 생산을 늘리기 위해 원재료 구입,설비 투자 등에 현금을 썼지만 외상으로 제품을 판(매출채권) 대금이 현금으로 회수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발 재정 악화 문제가 국내외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자칫 이들 기업이 유동성 위험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형관 한신평정보 연구원은 "경기 상황이 계속 좋아지는 상황이라면 기업들에 큰 위험 요인이 되지 않겠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로 시장 상황이 갑자기 악화되면 최악의 경우 흑자 도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 · 건설 등 현금흐름 나빠져

1분기 영업이익을 냈지만 영업활동상 현금 순유출이 가장 큰 기업은 SK에너지다. SK에너지는 1분기 35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조1776억원에 달했다. 대우인터내셔널(-6931억원) KT(-5954억원) 등도 순유출이 두드러졌다.

영업상 현금 순유출이 많은 상위 기업에는 주로 업황이 좋지 않은 조선,건설 업체들이 많이 포함됐다. 삼성중공업은 215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영업활동상 현금 흐름은 3829억원 순유출됐다. 대우조선해양 두산건설 GS건설 금호산업 SK네트웍스 STX 벽산건설 한라건설 등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순유출이 1000억원을 넘었다.

김성주 대우증권 리서치코디네이팅팀장은 "현금성 자산은 기업의 특정 시점에 대한 분석인 반면 이익과 현금흐름을 함께 살펴 보는 것은 향후 기업의 재무 상황에 대한 예측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560개사의 현금성 자산은 1분기 말 67조891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94%(2조5716억원) 증가했으며 1분기 유동비율도 112.19%로 올 들어 2.12%포인트 높아졌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