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구글폰으로 알려진 ‘넥서스 원’을 국내에 출시한다.

아이폰 이후 이렇다 할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하고 있던 KT에서 SK텔레콤의 물량공세에 대항할 새로운 카드로 넥서스 원을 꺼내든 것이다.

KT는 31일 KTF와의 합병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의 한 넥서스 원을 출시하게 됐다”면서 “6월 중순 온라인을 통해 우선 판매에 들어가고 7월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는 넥서스 원 출시에 맞춰 구체적인 A/S 방안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서스 원은 구글이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와 함께 직접 설계해 지난 1월 내놓은 모델로 안드로이드 OS를 하드웨어에 가장 잘 구현한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KT가 출시할 넥서스 원에는 특히 안드로이드 OS 최신버전인 2.2 ‘프로요(Froyo)’가 탑재돼 눈길을 끈다.

프로요는 2.1버전보다 속도 면에서도 빨라졌고, 스마트폰을 노트북에 연결해 무선 모뎀처럼 사용하는 테더링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어도비의 플래시가 구동되고 외장 메모리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존 안드로이드 OS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대거 개선했다.

업계에서는 KT가 넥서스 원을 출시함에 따라 SK텔레콤과 안드로이드폰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경쟁모델로는 지난 10일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HTC ‘디자이어’를 꼽는다.

실제로 넥서스 원과 디자이어는 모두 HTC에서 만든 모델로 스펙과 디자인 면에서 ‘형제폰’으로 불릴 만큼 닮았다.

두 모델 모두 퀄컴스냅드래곤 1GHz 프로세서에 3.7인치 화면을 장착했다. 500만 화소 카메라, 블루투스, GPS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 점도 유사하다.

다만 넥서스 원은 구글에서 HTC에 주문 제작한 OEM방식의 제품이고, 디자이어는 HTC의 자체 모델로 자사의 고유한 센스UX(사용자경험)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KT는 최신 프로요 버전 탑재와 첫 번째 구글폰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넥서스 원이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넥서스 원이 디자이어보다 먼저 나온 모델이긴 하지만 ‘구글폰’이라는 의미가 있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또 넥서스 원이 6월 중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도 잠정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안드로이드 OS 2.1버전에 4인치 슈퍼 아몰레드 화면을 탑재한 갤럭시S는 6월 7일 경 미국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폰 4G와 맞붙을 강력한 안드로이드폰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갤럭시S가 14일 경 출시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KT가 아이폰 4G 국내 도입을 준비하는 동안 넥서스 원으로 갤럭시S에 대항하는 한편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하는 전략을 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