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칼럼] 리어왕 꼴이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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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선심보다 능력·합리성 중요
세금·건보료 제대로 납부했어야
세금·건보료 제대로 납부했어야
셰익스피어 작 '리어왕'은 부왕의 재산과 권력을 얻으려는 두 딸의 화려한 말 잔치로 시작된다. "존귀하신 아버님,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합니다. 세상 모든 값지고 진기한 것보다,품위 · 건강 · 아름다움 · 명예를 갖춘 생명보다,지금껏 부모로서 받은 어떤 사랑보다 많이,숨 막히고 말문이 닫히도록 사랑합니다. "
큰딸 고너릴은 동원할 수 있는 온갖 수사를 사용해 부왕의 마음을 녹인다. 둘째 리건은 한 술 더 뜬다. "언니가 저의 효심을 있는 그대로 전한 셈이 됐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상하고 온전한 기쁨이라도 그것이 효도 외의 즐거움이라면 원수처럼 여기고 오직 아버님께 바치는 지고한 사랑에서만 가장 큰 행복을 느낌을 고백합니다. "
반면 막내딸 코델리어는 "자식 된 도리로 효성을 다할 뿐 할 말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효심을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하지 못한 막내딸을 "자만심을 솔직함으로 착각한다"며 빈손으로 내치고 전 재산과 권한을 두 딸에게 넘긴 왕은 양쪽을 오가다 구박덩어리가 돼 쫓겨나고 눈까지 먼다. 입에 발린 아첨에 넘어간 걸 후회했을 땐 이미 늦었다.
달콤한 말과 굽신거림에 속았다 거덜나는 건 리어왕으로 끝나지 않는다. 악덕 계주의 경우 죄다 번지르르한 차림과 뛰어난 언변,몇 끼 식사로 환심을 산 뒤 돈을 모아 튀거니와 세상 모든 사기꾼의 행각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6 · 2 지방선거가 내일로 다가왔다.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고,선거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들어도 투표해야 한다. 일반국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고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선택은 쉽지 않다. 지자체장부터 교육의원까지 뽑아야 할 사람은 많은데 누가 누군지 알기 어렵고 정책과 공약 또한 그게 그 소리같아 헷갈린다.
마땅한 사람이 없다 싶으면 자칫 번듯한 얼굴이나 익숙한 번호를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기권하거나 적당히 투표하는 건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짓이나 다름 없다. 선택의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약속과 구호의 진실성 여부다. 달콤하고 솔깃한 약속은 고너릴과 리건,사기꾼의 말처럼 거짓이거나 실천 불가능한 것인 수가 대부분이다.
둘째는 외양에 너무 기울지 않는 것이다.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의 경우 '예쁘지 않았다면'은 유명한 얘기거니와 외모에 따라 같은 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수도 흔하다. 그러나 이미지와 실체는 다른 수가 많다. 강해 보이는 사람이 싫다지만 사람 좋아뵈는 부드러운 얼굴은 매듭 적은 손처럼 일과 돈에 치이지 않았다는 증거인 수가 적지 않다.
셋째,잔잔한 미소에 혹하지 않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옳고 그름을 분간하려 애쓰는 사람은 늘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선거는 얼굴마담을 고르는 게 아니다. 능력과 콘텐츠를 감안하지 않은 채 빙긋 미소짓고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 역시 화사한 얼굴로 부왕의 간을 빼는 고너릴과 리건에게 재산과 권한을 넘겨주는 행동이나 다름없다.
넷째,섬기겠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잘 들여다 볼 일이다. 봉사는 무료로 하는 것일진대 이번 선거에서 뽑힐 선출직 모두 유급이다. 적지 않은 세금을 봉급으로 받아갈 터인 즉 봉사하겠다 섬기겠다고 강조하는 사람보다 사심 없이 공정하게 일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낫다. 다소곳하지 않고 팍팍해도 능력 있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섯째,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사고 여부다. 최소한 국민연금을 비롯한 4대 보험이 뭔지는 알고,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 또한 제대로 낸 사람이라야 한다. 내세운 공약이란 게 과연 그 자리에서 담당하고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따져봐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우리에겐 가난한 서민은 물론 뼈 빠지게 일해 세금 내고 건강보험료 떼이는 중산층의 애로도 감안할 줄 아는 보통사람이 필요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큰딸 고너릴은 동원할 수 있는 온갖 수사를 사용해 부왕의 마음을 녹인다. 둘째 리건은 한 술 더 뜬다. "언니가 저의 효심을 있는 그대로 전한 셈이 됐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상하고 온전한 기쁨이라도 그것이 효도 외의 즐거움이라면 원수처럼 여기고 오직 아버님께 바치는 지고한 사랑에서만 가장 큰 행복을 느낌을 고백합니다. "
반면 막내딸 코델리어는 "자식 된 도리로 효성을 다할 뿐 할 말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효심을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하지 못한 막내딸을 "자만심을 솔직함으로 착각한다"며 빈손으로 내치고 전 재산과 권한을 두 딸에게 넘긴 왕은 양쪽을 오가다 구박덩어리가 돼 쫓겨나고 눈까지 먼다. 입에 발린 아첨에 넘어간 걸 후회했을 땐 이미 늦었다.
달콤한 말과 굽신거림에 속았다 거덜나는 건 리어왕으로 끝나지 않는다. 악덕 계주의 경우 죄다 번지르르한 차림과 뛰어난 언변,몇 끼 식사로 환심을 산 뒤 돈을 모아 튀거니와 세상 모든 사기꾼의 행각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6 · 2 지방선거가 내일로 다가왔다.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고,선거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들어도 투표해야 한다. 일반국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고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선택은 쉽지 않다. 지자체장부터 교육의원까지 뽑아야 할 사람은 많은데 누가 누군지 알기 어렵고 정책과 공약 또한 그게 그 소리같아 헷갈린다.
마땅한 사람이 없다 싶으면 자칫 번듯한 얼굴이나 익숙한 번호를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기권하거나 적당히 투표하는 건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짓이나 다름 없다. 선택의 기준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약속과 구호의 진실성 여부다. 달콤하고 솔깃한 약속은 고너릴과 리건,사기꾼의 말처럼 거짓이거나 실천 불가능한 것인 수가 대부분이다.
둘째는 외양에 너무 기울지 않는 것이다.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의 경우 '예쁘지 않았다면'은 유명한 얘기거니와 외모에 따라 같은 일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수도 흔하다. 그러나 이미지와 실체는 다른 수가 많다. 강해 보이는 사람이 싫다지만 사람 좋아뵈는 부드러운 얼굴은 매듭 적은 손처럼 일과 돈에 치이지 않았다는 증거인 수가 적지 않다.
셋째,잔잔한 미소에 혹하지 않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옳고 그름을 분간하려 애쓰는 사람은 늘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선거는 얼굴마담을 고르는 게 아니다. 능력과 콘텐츠를 감안하지 않은 채 빙긋 미소짓고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 역시 화사한 얼굴로 부왕의 간을 빼는 고너릴과 리건에게 재산과 권한을 넘겨주는 행동이나 다름없다.
넷째,섬기겠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잘 들여다 볼 일이다. 봉사는 무료로 하는 것일진대 이번 선거에서 뽑힐 선출직 모두 유급이다. 적지 않은 세금을 봉급으로 받아갈 터인 즉 봉사하겠다 섬기겠다고 강조하는 사람보다 사심 없이 공정하게 일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낫다. 다소곳하지 않고 팍팍해도 능력 있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섯째,객관적이고 상식적인 사고 여부다. 최소한 국민연금을 비롯한 4대 보험이 뭔지는 알고,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 또한 제대로 낸 사람이라야 한다. 내세운 공약이란 게 과연 그 자리에서 담당하고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따져봐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우리에겐 가난한 서민은 물론 뼈 빠지게 일해 세금 내고 건강보험료 떼이는 중산층의 애로도 감안할 줄 아는 보통사람이 필요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