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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中진출 한국기업 중장기 노무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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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노무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현지 근로자들이 파업에 나서거나 자살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원만한 노무관리가 핵심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까닭이다.

    대만 팍스콘의 선전공장이 대표적 사례다. 아이폰 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에서는 최근 13명의 근로자가 투신자살을 시도해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 60시간 근무, 점심시간 30분, 지각시 1분에 10위안(1위안=175원)씩 벌금을 내는 등 가혹한 노동조건이 그 요인으로 지적된다. 회사 측은 결국 월 900위안 수준인 임금을 20% 인상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일본 혼다 포산공장도 2주일 이상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근로자들이 월 1000~1500위안인 임금을 1000위안 올려달라고 요구해 현재 협상이 진행중으로 파업에 따른 손실은 하루 2억위안에 달한다.

    불똥은 한국계 기업에도 튀고 있다. 자동차부품 현지업체인 성우하이텍에서 지난달 28일 파업이 발생해 베이징현대차 생산라인이 올스톱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노무전문가가 긴급 투입돼 임금인상 등을 약속하면서 곧 정상화됐지만 언제든 유사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게 한다.

    물론 중국의 경우 아직 노동운동이 본격화한 단계는 아니다. 공회(工會)라는 근로자 조직이 노조 역할을 하지만 노동운동보다는 공산당의 지침을 전파하는 기능이 더 크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회의 기능을 강화하거나,독립적이고 강력한 노조를 결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과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추세로 보아 앞으로 노사분쟁이 늘어나고 임금이 상승추세를 보이면서 현지공장 운영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중장기 차원의 안정적 노무관리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해 노무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중국문화에 익숙한 현지인을 노무관리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저임금 혜택만 믿고 중국 진출을 꾀하는 기업들엔 보다 신중한 자세가 요구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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