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장비기업들의 수주 공시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주말 제외) 나온 LCD 장비 관련 수주 공시만 16건,4043억원에 달한다. 증권업계에선 이 같은 LCD 장비업계의 '수주 풍년'이 앞으로 2~3개월간 이어지면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LIG에이디피는 지난 27일 작년 매출의 93%에 달하는 802억원의 물량을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한다고 공시해 당일 주가가 5.28% 뛰었다. 아이피에스도 삼성전자로부터 작년 매출의 87.7%(439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을 수주했으며,에버테크노는 31일 두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에 109억원(작년 매출 대비 52.13%)의 LCD 장비를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지난주 LG디스플레이로부터 장비를 수주한 주성엔지니어링(747억원)과 아바코(667억원)는 단일 수주계약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잇단 수주 공시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본격적인 증설에 나선 결과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4월22일 LCD 시설투자에 올해 5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상당부분이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는 8세대 생산라인 증설에 투입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LCD 시설 증설에 5조원을 투자한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업체별 실제 수주액이 공시에 나타난 것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매출 대비 10% 이상의 단일 수주에 대해서만 공시 의무가 있는 만큼 대기업이 쪼개서 발주할 경우 공시에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영업 전략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삼성전자의 경우,스타일상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발주 규모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주 현황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8세대 공장 관련 수주가 진행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이익률도 좋아질 전망이다. 세대가 내려올수록 LCD 기판이 커지는 산업특성상 관련 장비의 단가도 높아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8세대 관련 장비의 경우 7세대보다 평균 20~30% 비싼 가격에 수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LCD 장비업체들의 수주 랠리는 오는 8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LCD 장비는 제작하는 데 6~9개월 소요돼 발주 기업들이 제작기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장비를 발주하기 때문이다. 조우영 대우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3개월간 LCD 장비주들의 신규 수주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장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주가가 이미 어느 정도 올라 있어 대기업들의 장비 국산화 과정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추가 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경목/강현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