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1주년을 맞은 이석채 KT 회장이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6000여명을 감원해 조직을 슬림화하는 내부 혁신을 단행하고 아이폰 도입으로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이 회장은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똑똑한 네트워크'로 국내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스마트폰 e북 등을 통한 모바일 인터넷에 필수적인 막강한 와이파이(무선랜)망 구축으로 경쟁사를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 지원을 통한 상생전략으로 모바일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와이브로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설립

KT는 6월에 삼성전자,인텔을 비롯 3개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자본금 3200억원 규모의 와이브로 인베스트먼트 컴퍼니(WIC)를 설립할 예정이다. KT와 삼성전자가 각각 650억원가량을 투자한다. 특수목적회사(SPC)로 설립되는 WIC는 와이브로 장비를 구매해 KT에 임대하는 사업을 맡는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와이브로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와이브로 투자가 늘어나면 삼성전자는 와이브로 장비 판매가 늘어나고 인텔은 노트북에 내장하는 와이브로 칩셋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는 와이브로망을 스마트폰 등으로 무선인터넷을 쉽게 쓸 수 있는 와이파이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와이브로망을 와이파이로 전환해주는 '에그' 단말기를 버스 택시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에 보급,전국 어디서나 와이파이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KT는 한강유람선에서도 와이파이로 쓸 수 있도록 에그 단말기를 설치했다. KT는 1만7000개인 와이파이망을 9월까지 1만개 더 늘리기로 했다. KT는 현대차와 손잡고 제네시스에 와이브로 탑재를 추진 중이며 국내 상용차업체와도 와이브로 탑재를 논의 중이다. 해외 와이브로망 구축사업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 회장은 "월드IT쇼에서 르완다의 와이브로 구축 사례를 들었던 가나 정보통신부 장관이 면담을 요청해 와이브로 구축 사업 논의를 했다"며 "남미 지역에서도 와이브로망 구축 계약이 성사단계에 있는 등 해외 와이브로 시장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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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속도도 대폭 높여

KT는 기존 3세대(3G) 네트워크의 속도도 대폭 끌어올리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대용량 파일을 올리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우선 6월부터 전국 84개 도시에서 업로드 속도를 크게 개선한 HSUPA(고속상향패킷접속)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3세대 이동통신 가운데 최상위 서비스인 HSPA+(고속패킷접속 플러스)도 오는 10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개시할 계획이다. HSPA+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초당 21메가비트(Mbps)다. 최대 속도가 나올 경우 스마트폰으로 700메가바이트(MB) 용량의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5분이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회사는 와이브로뿐만 아니라 또 다른 4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계획도 발표했다. 2012년 이후에는 상용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앱스토어 선점 욕심도

KT는 전 세계 24개 주요 통신회사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앱스토어'(WAC)와 관련한 로드맵도 발표했다. 표현명 KT 개인 고객부문장(사장)은 "7월께 WAC 관련 회사를 설립한 뒤 내년 2월에 첫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글로벌 앱스토어 서비스가 시작되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앱스토어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했던 애플 구글 등에 맞서 통신사들의 연합전선을 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앱스토어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통신사의 가입자는 30억명에 달한다"며 "이것(WAC)이 열리게 되면 개발자들은 30억 인구를 상대로 장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따라 다른 표준을 맞춰야 하는 불편을 덜어줌으로써 개발자와 통신사업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700~800개에 달하는 군소 통신사들도 WAC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앱스토어가 구축되면 시장 파괴력이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박영태/안정락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