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 수주는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원전 모델을 수출하는 '원전 수출국'의 지위를 획득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의 원전 설비 기술을 인정받는 소중한 계기였죠.향후 본격적인 세계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입니다. "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45)이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말 이뤄낸 UAE 원전 수주에 대해 내린 평가다. 그는 "지난 40여년간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며 익힌 독자 기술과 경험이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앞으로 원전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주기기 생산 능력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향후 M&A(인수 · 합병) 계획도 밝혔다. 박 사장은 "지난해 9월 체코의 스코다 파워 인수를 통해 터빈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보일러-터빈-발전기로 이어지는 일관 생산시스템을 갖췄다"며 "대형 M&A가 상당부분 마무리됐기 때문에 세부적인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추가 '스몰딜'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자평한다면.

"두산중공업은 수주 산업 기반의 회사입니다. 올 1분기엔 작년 동기보다 30% 이상 늘어난 7000억원 이상의 수주를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자회사 지분법 손실에 따라 좋지 않았던 세전이익과 순이익도 흑자전환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죠.수주 산업 특성상 연말로 갈수록 실적은 지속적으로 좋아질 겁니다. "

▼올해 수주 목표를 공격적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

"올해 경영목표는 수주 11조1208억원,매출 7조3382억원,영업이익 4200억원으로 잡았습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97.8%,16.9%,4%씩 많은 것으로,사상 최대 규모죠.UAE 원전 설비,중동 · 아시아 지역의 발전설비 등 수주와 함께 두산밥콕,스코다 파워 등 해외 자회사의 연계로 인해 경영실적은 충분히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두산중공업의 성장 배경을 꼽는다면.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2001년 한국중공업 인수 당시 회사는 돈이 안 되는 비수익 사업을 곧바로 털어내고 발전과 해수담수화 사업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습니다. 핵심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원천기술 확보에도 많은 투자를 했죠.지난해 매출 실적은 민영화 이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죠."

▼두산중공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뭐라고 보십니까.

"원전을 포함한 발전사업이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플랜트 설계,시공,운전까지 일괄 공정체제(EPC)를 갖춘 동시에 설비 제조 능력까지 갖고 있죠.이런 실력을 갖춘 회사는 세계적으로 지멘스,알스톰,그리고 두산중공업 3곳 정도뿐입니다. 나머지 회사들은 EPC를 할 수는 있지만,터빈 등 주요 제품은 외부에 의존해야 합니다. 또 원전 주기기 제품에 대한 일관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세계적으로 두산중공업과 프랑스 아레바 등 2개 업체뿐입니다. "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 우려에 따른 해외 수주 영향은 없습니까.

"회복세를 보이던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최근 몇몇 나라의 재정난으로 다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경기 회복세의 속도는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두산이 해외 사업을 본격화했던 2007년 당시 원 · 달러 환율이 900원인 것에 비하면 지금은 1100원대로 가격 경쟁력은 오히려 좋은 상태입니다. 다만 남유럽 경제상황,환율 등 외부변수로부터 영향을 덜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죠."

▼원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세계 원전 시장의 현황과 전망은 어떻습니까.

"세계원자력협회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총 430기의 원전이 새롭게 건설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약 1200조원의 황금시장이 열리는 것이죠.두산중공업은 현재 연간 3.5기 수준인 원전 생산 능력을 2012년까지 5기 수준으로 늘려 원전 수출 산업화에 대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원전 주기기 분야에서는 글로벌 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세계 원전시장에서 유럽,일본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UAE 원전 수주로 더 긴장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죠.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유럽,일본 등과 대등한 수준이고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오히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원전은 국가 대항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죠.국내 원전 업계도 제조 기술 향상,시공 경쟁력 확대,차세대 원전 개발 등으로 경쟁력을 계속 키워야 합니다. "

▼국내에선 현대중공업이 새롭게 원전 주기기 시장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공급사로서 원전 경쟁력 강화와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뿐입니다. 다른 회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죠.다만 향후 현대중공업의 원전 시장 진출이 본격화된다면 선의의 경쟁은 벌일 수 있다고 봅니다. "

▼향후 중 · 장기 투자계획은.

"중 · 장기 투자계획의 핵심은 지속적인 선진 기술 확보에 있습니다. 특히 저탄소 발전기술,신 · 재생 에너지 등 그린 에너지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포집기술,해상 풍력,연료전지 등이 주된 관심 분야죠."

▼두산중공업의 핵심 비전은 무엇입니까.

"발전 및 물 사업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이 되겠다는 게 장기적 목표입니다. 2015년까지 매출 17조원을 달성해 미국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 진입하고,2020년까지는 매출 30조원을 달성해 30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