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시험대 오른 獨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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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유럽 국가들의 채무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이 좀체 걷히지 않고 있다. 유럽 변수가 뉴욕 증시 분위기를 좌우하는 가운데 월가 투자 전략가들조차 시장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투자자들의 불신은 유로존(통화 동맹)의 질서에 금이 갔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단일 통화 유로는 유럽의 질서를 상징한다. 유로는 1991년 12월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트에서 12개 유럽공동체 회원국들이 단일 통화를 만들기로 합의하면서 잉태됐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년 만에 통합 독일 출현에 따른 주변국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당시 헬무트 콜 수상이 밀어붙였다.
명분은 충분했다. 통합 독일 견제 외에도 역내 자유무역을 확대하고 정치통합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연 셈이었다. 미 달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도 갖게 된다. 질서 있는 통화 재편을 위해 규율도 마련했다. 인플레이션,금리,재정적자와 공공부채 요건을 충족해야 유럽통화연합(EMU)의 회원국이 될 수 있었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면 안되고 공공부채도 GDP의 60%를 넘을 수 없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그리스 등 남부유럽 국가에서 이런 약속들을 너무 오랫동안 지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역내 지분의 29%를 갖고 있는 독일은 남부 유럽 국가들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규율 이행을 강요할 만한 적절한 수단은 없었다. 다급한 상황에서 1조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결정이 나왔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힘들었다.
이유는 근본적인 데 있다. 투자자들은 국가 부도를 면한 그리스가 과연 경제를 다시 성장시킬 수 있는 체질을 갖추고 있느냐는 데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세계은행이 민간에 대한 규제 환경의 질을 평가해 발표하는 기업경영지수로 따지면 그리스는 이집트 에티오피아보다 뒤처진 109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조지 메이슨대의 타일러 코엔 교수는 "그리스의 지하경제 규모가 20~30%에 달하고 한 해 탈세 규모가 3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력 자체가 약한 탓에 독일과 IMF가 재정 긴축 등 엄격한 규율을 부과할수록 남부 유럽 국가들의 경제는 더욱 위축되고 실업률이 급증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체질이 확연히 다른 독일과 그리스가 단일 통화를 계속 쓸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도 고개를 들었다. 위기 해결 과정에서 유로존 국가가 보여준 느슨한 사회적 연대감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유로존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얼마나 많고 복잡한지 투자자들이 깨닫게 된 것이다.
때문에 단일 통화체제를 이어갈 요량이라면 누군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역내 최대 채권국가인 독일의 어깨가 무겁다. 유로존의 미래는 독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제금융에 머물 게 아니라 단일통화가 경제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로존 내 부국의 빈국 투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역내 불균형 문제를 점차 치유할 수 있다.
물론 당장은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유럽 연합 재무부장관회의에서 합의한 1조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지원을 위한 세부 지원 방안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 ECB도 기준 금리 인하를 포함해 좀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 유로존 스스로 통화동맹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되찾지 않는 한 투기 자본의 거센 유로 공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뉴욕/이익원 iklee@hankyung.com
투자자들의 불신은 유로존(통화 동맹)의 질서에 금이 갔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단일 통화 유로는 유럽의 질서를 상징한다. 유로는 1991년 12월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트에서 12개 유럽공동체 회원국들이 단일 통화를 만들기로 합의하면서 잉태됐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년 만에 통합 독일 출현에 따른 주변국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당시 헬무트 콜 수상이 밀어붙였다.
명분은 충분했다. 통합 독일 견제 외에도 역내 자유무역을 확대하고 정치통합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연 셈이었다. 미 달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도 갖게 된다. 질서 있는 통화 재편을 위해 규율도 마련했다. 인플레이션,금리,재정적자와 공공부채 요건을 충족해야 유럽통화연합(EMU)의 회원국이 될 수 있었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면 안되고 공공부채도 GDP의 60%를 넘을 수 없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그리스 등 남부유럽 국가에서 이런 약속들을 너무 오랫동안 지키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역내 지분의 29%를 갖고 있는 독일은 남부 유럽 국가들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규율 이행을 강요할 만한 적절한 수단은 없었다. 다급한 상황에서 1조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결정이 나왔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힘들었다.
이유는 근본적인 데 있다. 투자자들은 국가 부도를 면한 그리스가 과연 경제를 다시 성장시킬 수 있는 체질을 갖추고 있느냐는 데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세계은행이 민간에 대한 규제 환경의 질을 평가해 발표하는 기업경영지수로 따지면 그리스는 이집트 에티오피아보다 뒤처진 109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조지 메이슨대의 타일러 코엔 교수는 "그리스의 지하경제 규모가 20~30%에 달하고 한 해 탈세 규모가 3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력 자체가 약한 탓에 독일과 IMF가 재정 긴축 등 엄격한 규율을 부과할수록 남부 유럽 국가들의 경제는 더욱 위축되고 실업률이 급증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체질이 확연히 다른 독일과 그리스가 단일 통화를 계속 쓸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도 고개를 들었다. 위기 해결 과정에서 유로존 국가가 보여준 느슨한 사회적 연대감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유로존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얼마나 많고 복잡한지 투자자들이 깨닫게 된 것이다.
때문에 단일 통화체제를 이어갈 요량이라면 누군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역내 최대 채권국가인 독일의 어깨가 무겁다. 유로존의 미래는 독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제금융에 머물 게 아니라 단일통화가 경제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로존 내 부국의 빈국 투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역내 불균형 문제를 점차 치유할 수 있다.
물론 당장은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유럽 연합 재무부장관회의에서 합의한 1조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지원을 위한 세부 지원 방안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 ECB도 기준 금리 인하를 포함해 좀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 유로존 스스로 통화동맹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되찾지 않는 한 투기 자본의 거센 유로 공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뉴욕/이익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