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프섬 주민들도 다른 지역의 원주민처럼 조개껍데기나 야자수를 화폐로 사용했지만,약 500~600년 전부터 돌화폐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야프섬에는 없던 석회암이 멀리 떨어진 팔라우(Palau)섬에서 들어오자 그 희소성 때문에 조개껍데기나 야자수 대신 석회암으로 만든 돌화폐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흔한 조개껍데기나 야자수가 화폐로 사용되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야프섬의 돌화폐는 돌의 크기가 클수록 가치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저 흔한 돌이 돈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매우 불편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생선이나 과일 같은 작은 물건들은 작은 크기의 돌화폐가 오고 갔겠지만,집이나 배처럼 큰 물건을 사려면 어떻게 그 큰 돌을 주고받았을지 궁금하다. 우리 같으면 수레나 인부를 동원했겠지만 큰 돌을 옮기기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야프섬의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를 아주 쉽게 해결했다. "이 집을 내가 샀으니 마당에 있던 큰 돌은 당신 것이오"라고 원래의 돌 주인이 공언해 주면 모두가 그 돌의 새로운 주인을 인정했다고 한다.
야프섬의 화폐 시스템은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의 화폐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사용하는 돈은 정부가 그 가치를 법으로 인정하는 법화이기 때문에 통용되는 것이지 실제로는 종이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사회가 인정한 것이 종이든 돌이든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의 신뢰와 신용이 바탕이 돼야 하는 것이다. 야프섬의 예에서 보듯이 사회 구성원 간의 절대적 신용체계가 성립되면 굴러다니는 돌도 돈이 될 수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신뢰는 사회적 자본이다'라는 말을 굳이 언급할 것도 없이 우리 사회,특히 금융에서는 무엇보다 신용과 신뢰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러한 신뢰나 신용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금융교육은 공공재처럼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학습돼야 하는 분야다.
가정에서의 금융교육은 집집마다 각자의 철학과 경험으로 가르치지만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엔 아이들을 적게 낳아 귀하게만 여겨 원하는 것을 쉽게 해 주다 보니 이런 신용교육이 철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 또한 늦게 아이를 낳은 데다 무엇보다 직장을 가진 엄마이다 보니 그저 미안해서 쉽게 돈을 주기도 하고,나름대로 돈 쓰는 방법,신용 쌓는 방법 등을 틈나는 대로 이야기한다지만 늘 부족한 마음이다. 금융교육은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와 사회 모두가 함께 가르쳐야 하는 영역이다. 돌을 돈으로 만드는 힘이 신용이듯이,아이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 또한 신용이다.
문정숙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mooncs@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