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유럽 재정위기와 북한 리스크가 겹치며 주가가 급락하자 일부 기업의 오너들은 회사 주식을 꾸준하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감독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효성 오너 일가는 최근 회사 주가가 하락하자 주식을 꾸준하게 사들이고 있다.

효성 주가는 지난 5월 한달간 14.16%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율 -5.7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핵심사업인 중공업부문의 적자 전환과 함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43.5% 감소하며 실적이 뚜렷하게 둔화됐고, 계열사인 진흥기업의 유동성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성 오너 일가는 주가 하락이 과도한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최대주주인 조석래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 11일과 13일 효성 주식 4만주(0.11%)를 취득해 보유주식을 362만4478주(10.32%)로 늘렸다. 이어 조 회장의 둘째 아들 조현문 효성 부사장과 세째 아들 조현상 전무도 각각 2만주(0.06%)와 1만1000주(0.03%)를 취득, 보유지분을 7.18%와 6.79%로 늘렸다.

증권업계에서도 효성의 주가 하락이 지나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큰 폭의 실적 모멘텀, 중공업 수주확대, 진흥기업 유상증자 참여 우려에 대한 주가 선반영 등을 감안하며 현주가는 단기 과매도 상태로, 투자 매력이 우수하다"고 진단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대표이사 회장도 회사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지주사 체제를 갖춘 이후 처음으로 회사 주식 2만5650주(0.05%)를 매입했다.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 지분 46.50%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때문에 한진중공업 주식을 사들일 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조 회장이 주식을 산 것은 그만큼 '저평가'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조 회장은 지난 4월에도 회사 주식 18만1340주(0.38%)를 매입했고 지난 4월 2만945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5월말 2만2000원대까지 급락하자 한진중공업 주식 7만4060주(0.15%)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보유주식은 28만1050주(0.59%)로 늘었다.

한진중공업 역시 주가가 회사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장근호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수빅조선소가 급작스런 금융위기 영향으로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활발한 수주 활동을 통해 빠른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면서 점차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본사 보유 부동산의 본격적인 개발도 점차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다른 조선소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3만6000원을 제시했다.

지난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한미약품도 오너 일가의 주식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 임성기 회장 등 최대주주측은 지난달 회사 주식 2만7906주(0.29%)를 장내에서 매입해 보유지분을 309만3085주(32.42%)로 확대했다. 축산관련 배합사료 전문기업인 대주산업도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자인 정석원씨가 최근 회사 주식 100만8752주(2.85%)를 장내에서 매수, 최대주주측을 1643만8483주(46.44%)로 늘렸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