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건은 국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그렇기에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진지하게 논의하고 인식도 새롭게 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그 중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을 짚어보자.

우선 북한 사회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사회주의에 대한 재인식을 의미한다. 북한은 쿠바와 함께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사회주의 사회이다. 북한 정권은 내부적으로는 갈수록 경제가 더욱 피폐해져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이를 통제하기 위해 더욱 잔혹한 탄압을 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대한민국에 의한 물적 지원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협박과 거짓을 일상화하고, 급기야는 천안함 공격이라는 도발행위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물적 기반이 송두리째 망가진 북한은 이제 그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회주의 국가가 걷게 되는 전형적인 길을 북한이라고 피할 수 있겠는가.

둘째,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집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그들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있다는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믿지 않으려 한다. 과학적 증거에 대한 반론이 아니라 자신이 평소 믿고 싶은 바에 반하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들의 부도덕성은 대한민국의 물질적 풍요를 만끽하면서도 마음은 그들의 고향인 북한을 유영(遊泳)하는 이중성에 잘 나타난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논리적 기반 없이 남에게 얹혀사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복지와 정의를 부르짖는 언행에서 극에 이른다.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살았던 삶과도 크게 대조적이다. 저우언라이는 중국 백성들을 굶주림에 몰아넣은 잘못된 지식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평생 와이셔츠 한 벌로 살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이념에 충실한 지식인이었다. 호치민(胡志明)도 마찬가지였다.

셋째, 국가 안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국방은 6 · 15 남북 공동선언을 계기로 지난 10여년 동안 크게 해이해졌다. 우리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북한을 주적에서 삭제했다. 이는 물론 '우리 민족끼리'를 앞세우며 남북 공존을 꿈꾸어 온 일부 지식인들에 의해 주도됐다. 그러나 이번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그런 꿈은 허상임이 증명됐다. 물적 토대가 송두리째 망가진 집단과의 동거가 가능할 수 있다는 허상에서 깨어나 국방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마지막으로 국방력 향상을 위한 실질적 방안에 관한 것이다. 북한은 내부 단결을 위해 앞으로도 천안함 공격과 같은 도발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도발이 핵무기를 배경으로 해서 힘을 더해갈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국제 규약을 어기고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을 대한민국이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데 있다. 재래식 무기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6자 회담을 진전시켜 북이 스스로 핵을 폐기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북한은 정권 유지의 마지막 생명줄이라고 여기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대한민국과 국제 사회의 지원을 얻어내는 협박의 지렛대로 이용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끝내 북핵의 위협 아래 살아가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미국의 핵우산이 우리의 국방을 담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한반도 핵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깊이 논의해봐야 할 과제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