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와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건설과 은행 등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종목들이 약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1일 오후 2시10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은 0.84% 하락 중이며,자동차주들이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 역시 2.75% 급락하고 있다.

반면 건설업종은 3.50% 올라 전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의약품, 통신업, 전기가스업, 증권, 음식료, 은행 등이 뒤를 이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역시 전기전자 업종의 상승률(0.10%)은 코스피지수 수익률(1.14%)에 못 미쳤다. 반면 건설업종은 전날도 3.85% 뛰었고, 섬유의복(2.35%), 증권(2.05%), 은행(1.43%) 등은 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거뒀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들이 최근 그동안 많이 사들인 IT업종을 내다 팔면서 해당업종의 수익률이 하락했고, 이 가운데 실적 모멘텀(상승요인)을 갖춘 낙폭과대주들이 돋보이는 장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동안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 장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낙폭이 과대했던 종목들의 호조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건설과 함께 은행 등 금융업종에 관심을 가지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지수 급락을 이끈 요인들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코스피 지수가 하락한 상태"라며 "추가적인 반등 폭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기존 주도주인 IT, 자동차업종 편입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건설, 은행 등의 반등에 비춰 낙폭과대주에 대한 단기 매매가 나타내고 있고, 이 같은 흐름이 코스피 지수 1650선 회복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종의 경우 그동안의 조정으로 가격 메리트가 커진 가운데 오는 2일 지방선거 이후 정부에서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가 미분양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해외플랜트 및 중동수주 소식이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건설업종지수는 지난달 8.66% 하락했다.

은행업종 역시 지난달 10.54% 하락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다. 리먼 브러더스 때와는 달리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실적 훼손 요인(익스포져)이 없기 때문에 최근 투자심리 악화로 인한 주가 하락은 다소 지나치다는 평가다. 아울러 내년까지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매력이 돋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당분간 대내외 변동성 위험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건설, 은행, 조선 등 실적이 보장된 낙폭 과대 종목 혹은 코스닥 시장의 테마, 중소형 종목으로의 차별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존 주도주 중심의 투자전략을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복귀할 경우 낙폭과대 종목의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주도주로 투자심리가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기관과 개인이 단기매매와 포트폴리오 수익률 관리 방편으로 건설 등 낙폭과대주들을 주로 샀지만 작년 8월부터 시작된 코스피 지수 1500∼1700의 박스권 장세 흐름 연장선에서 IT·자동차 중심의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현금 비중을 30% 수준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박스권 상단에서는 주도주를 팔고 하단에서는 다시 사들이는 전략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후 증시 흐름이 불투명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1640~1680선 저항선 이후의 낙폭과대주의 상승 추세가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