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국내에서 기업을 가장 많이 유치하는 지방도시가 어디인줄 아십니까.지자체장을 잘 뽑으면 우리 고장에서 기업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1998년 당선된 뒤 해마다 인구가 줄고 쇠락해가는 도시를 보며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다 투자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단체장이 있습니다. 그는 고심 끝에 글로벌기업과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서울 한 복판에서 ‘세일즈 투자설명회’를 열었습니다. 광역단체장이 직접 세일즈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었지요.

그 결과, 42개의 기업이전을 얻어냈고 7024억원의 투자유치 MOU 체결, 4000여명의 고용 창출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는 심지어 태평양을 건너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까지 발품을 팝니다. 세계적인 생명의학 연구기관을 유치하겠다고 작심한 것이지요. 그 협상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지방자치 출범 후 광역단체장 중에서 유일하게 3선 연임을 마치고 이제 물러나는 김진선 강원지사 얘기입니다.

취임당시 전국 최하위(962만원)였던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을 10년 만에 두 배(1810만원)로 끌어올렸고, 최근 3년 연속 수도권기업 유치 1위(956개)를 기록했습니다. 외자유치도 지난 97년 18건(3000만달러)에서 2008년 153건(12억달러)으로 무려 9배나 늘렸습니다. 지난해는 82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강원을 찾았고, 감소 추세였던 도내 인구는 2007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비록 두 번이나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의 아픔이 있지만 도민들은 실패보다는 또 다시 도전을 택하고 비슷한 규모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자부심 넘친 생활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반면 지방의 어떤 도시들은 같은기간 서너번씩 단체장이 바뀌었습니다. 건설업자에게 뇌물을 받고 부하 여직원을 통해 비자금을 관리하다 들통난 사례도 있습니다. 지금 이 지역 유권자들은 본의 아니게 ‘비리 도시의 주민’이란 소리를 들으며 울분을 삭히고 있습니다.

6월 2일은 전국에서 3991명의 내 고장 일꾼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주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투표용지에 인쇄된 후보자는 9920명입니다. 경쟁률이 약 2.5대 1. 이들을 꼼꼼하게 따지고 깐깐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허투루, 대충대충, 묻지마 투표를 하다간 그 손해를 고스란히 뒤집어 씁니다. 졸지에 1급지 주민에서 2급,3급 주민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도지사부터 구의원에 이르기까지 8명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중에서 특히 기초단체장을 잘 뽑아야 합니다. 기초단체장이란 군수나 구청장,지방도시 시장 같이 내 고장의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전국에 228명이 있지요. 이들은 ‘지방 소통령’이라 할 정도로 나의 일상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지방의 소통령은 내가 내는 세금의 절반을 주무릅니다. 담배 한 개비 빼어 물 때마다 내는 담배세,승용차를 탈 때마다 매일 물게 되는 자동차세 등 구세·군세·시세(지방세)로 빠져나가는 각종 세금 말입니다.

여러분이 투표하지 않으면 우리가 낸 이 많은 세금이 줄줄 새나가도 괜찮다는 의사표시입니다. 기초단체장은 혼자 사는 독거노인에게 연탄 한 장 날라주는 일, 20층 이하 건물을 인가하는 일, 치킨집을 낼 때 도장 찍는 일을 합니다. 각종 인·허가권 등 권한이 무려 3889개나 됩니다. 주정차 단속이나 보육시설 설치, 노래방·오락실 인·허가, 도로정비 등 주민생활 밀착형 행정부터 지역 대형건설사업 인·허가까지 모두 단체장의 손아귀에 있습니다. 투표장에 안 가면 엉터리 소통령이 뽑힙니다. 투표하세요.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