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오디세이] '벤처신화' 메디슨의 부활…초음파 의료기 '글로벌 강자'
'벤처 신화의 주인공' '대한민국 1호 IT벤처''1세대 벤처의 대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메디슨 앞에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IT강소기업의 대명사였고 한국 의료기기 산업을 이끄는 리더였다. 초음파진단기기라는 단일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한때 시가총액이 3조원,계열사와 관계사가 50여곳에 달하는 벤처그룹으로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이 성공신화는 2002년 부도와 함께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방만경영과 모럴해저드 논란 속에 메디슨은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했고 벤처 버블의 붕괴와 함께 사람들의 뇌리속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화려한 파티가 끝나고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메디슨에 차디찬 시선이 쏟아지는 동안 직원들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국내외 의료 벤처들이 연구인력 빼내기에 나섰지만 메디슨의 직원수는 오히려 부도 이후 가파르게 늘어났다. 25년간 축적된 메디슨의 탄탄한 기술 노하우와 기업문화는 그 자체만으로 세계 시장을 다시 호령할 수 있는 무기였다.

◆화려함 벗고 탄탄함으로 부활하다


법정관리후 으레 강력한 인력구조조정을 펼치던 법원도 인력충원을 장려하며 신기술 개발에 힘을 보탰다. 해외대리점들은 매출채권의 유동화와 재고자산 정리에 발빠르게 나섰다.

4년 만인 2006년 법정관리를 탈피한 메디슨은 의료시장의 강자로 완전히 부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이미 과거 전성기 수준을 뛰어넘었다.

한때 4000억원에 달하던 부채를 모두 털어내고 지금은 1500억원의 순자산을 가진 우량기업으로 변모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바라보고 있다.

1일 손원길 부회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서울 삼성동 메디슨 타워는 부분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1층과 지하1층을 의료컨벤션센터인 '에쯔하임'으로 바꿔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을 위한 정보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손 부회장의 생각이다.

손 부회장은 "메디슨 지분의 단기 매각을 염두에 뒀다면 이런 일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부회장은 메디슨의 최대주주인 칸서스자산운용의 공동대표였다가 지난해 초 메디슨 대표로 취임했다.

메디슨이 2008년 사상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부활했을 때만 해도 "최대주주가 재무적 투자자인 만큼 조만간 회사를 매각하고 차익을 실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손 부회장이 메디슨 대표로 취임하고 오히려 메디슨의 장기적 성장성에 초점을 맞춰 행보를 이어가자 주변의 시각도 달라졌다. 그는 초음파 진단기기 핵심부품업체인 프로소닉을 인수하고 의료기기 유통업체인 메디슨헬스케어를 설립하는 등 메디슨의 수직계열화에 나서고 있다.

◆의료용 진단기기 부문 확대


손 부회장은 올해 매출 2650억원,영업이익 5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메디슨이 기대하는 성장동력은 3D(3차원) 초음파 진단기기.원래 메디슨은 이 부문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자회사인 크레츠테크닉이 2000년 동영상이 가능한 3차원 초음파 진단기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하지만 메디슨이 자금난에 쪼들리자 이듬해 크레츠테크닉을 GE에 1000억원에 매각했다. GE는 이를 기반으로 해서 초음파 진단기기 세계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크레츠테크닉의 매각은 지금도 메디슨 직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손 부회장은 "한발 늦은감이 있지만 3D 분야 기술력이 탄탄한 만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GE가 가지고 있는 3D의 원천기술이 원래 우리 것이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 'GE의 경쟁자'로 포지셔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올해는 제품 다변화에도 나선다. 디지털X레이 장비를 하반기중 출시하며 MRI 장비는 국내 생산업체 제품을 개발업체 설계생산(ODM) 방식을 통해 내놓을 계획이다.

재상장은 내년 상반기 중 계획하고 있다. 현재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신주는 발행주식의 5% 정도로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칸서스자산운용 지분 일부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공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장외 시장 가격 기준으로 메디슨의 시가총액은 3000억원 선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회사 성장속도에 주식 유동성이 보태질 경우 시가총액이 6000억원 선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경봉/남윤선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