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선택이다. 오늘은 앞으로 4년 동안 지방행정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날이다. 유권자의 한표 한표가 지방의 미래를 결정한다. 1등 지방자치단체를 만들거나 3류 지자체로 전락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유권자의 몫이다. 호화 청사와 선심성 지역 축제에 돈을 펑펑 쓰다 재정을 파탄나게 한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기업과 학교를 유치,경쟁력있는 지자체로 탈바꿈한 사례도 적지 않다. 자치단체장의 리더십과 행정력에 따라 지방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A광역단체장은 취임 당시 최하위였던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을 10년 만에 두 배로 끌어올렸고,최근 3년간 수도권 기업 유치 1위를 기록했다. 외자 유치도 9배나 늘렸다. 반면 지방의 일부 도시는 비리 문제로 1년에 한 번씩 지자체장이 바뀌었다. 수도권 기초단체장의 42%가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 "비리 전력과 잠재적 비리 연루 가능성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김수진 이화여대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전과 여부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 의무인 병역과 납세 항목도 투표 전에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부 지자체는 수천억원이 드는 호화 청사에 세금을 낭비했다. 지난 5년간 지방 청사 공사비만 1조3500억원에 달했다. 선심성 지역 행사로 혈세를 날린 곳도 적지 않다. 이런 지역이 발전할 리 만무하다. 지방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작년 말 기준으로 지방채 발행 잔액은 25조원을 넘어섰다. 민선 4기 지자체장을 선출한 2006년 이후 3년 새 46.5%나 늘어났다. 비리 단체장이 있는 곳은 예외없이 빚이 증가했다. 충남 B군청은 부채가 100억원이 늘었고,전북 C시청도 4배 가까이 뛰었다.

지방을 망치는 비리와 재정 파탄은 따지고 보면 일정 부분 유권자의 직무유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물은 제쳐 놓은 채 정치구호만 보고 찍는 '묻지마 투표'와 각종 연(緣)을 앞세운 '인정 투표'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다. "후보들의 도덕성과 공약,비전을 꼼꼼히 따져보고 기업 CEO(최고경영자)를 뽑는 심정으로 선거에 임해야 하는 이유"(신율 명지대 교수)가 여기에 있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미국 최고 부자 주(州)인 뉴저지는 기업 투자유치를 전담하는 상무부 장관의 공식 명칭이 CEO 겸 장관"이라며 "기업처럼 연례보고서를 내고 한 해 동안 유치한 투자 건수와 일자리 수를 발표하는 등 기업식 경영을 한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치사회조사팀장과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포퓰리즘이 선택의 기준이 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