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들어도 과장인 게 분명한 후자를 택하는 데 대해 쿤켈(사회인류학자,마케팅 컨설턴트)은 이렇게 설명한다.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반면 '해냅니다'는 기계가 한다고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
바로 이 점이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사람의 본능을 자극,선택을 유도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시크릿'의 성공도 같은 이치로 풀이한다. 원하는 건 뭐든 반드시 얻게 될 거라고 굳게 믿으면 그렇게 된다는,과학적으로 보면 허황될 수밖에 없는 내용인데도 성공으로 가는 쉽고 빠른 길을 찾는 사람들의 본능에 힘입어 히트했다는 것이다.
쿤켈은 이밖에도 사람의 선택 대부분이 이성보다 본능에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과거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똑똑하고 잘 생긴 앨 고어보다 멍청해보이고 말도 더듬는 조지 부시에게 끌린 것,프레젠테이션 대결에서 약간 서툰 듯한 쪽이 이기는 것,너무 매끄러운 진행자에 대한 거부감 등이 다 그런 데서 연유한다는 얘기다.
완벽한 인물을 보면 두려움과 반감에 젖는 반면 미운 오리새끼 같은 사람에 대해선 저런 인물이 나를 어쩌진 못할 거야라는 안도감과 함께 돕고 지지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선거든 마케팅이든 성공하려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뇌는 차단시키고 감정 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쿤켈의 이론을 빌려올 것도 없다. 우리 모두 툭하면 합리적 판단과 달리 움직이는 수가 많은 까닭이다. 작은 모임의 대표부터 나랏일 맡길 인물까지 머리 속으론 능력 위주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론 만만해 보이는 인물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은 것도 그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만만한 사람은 없다. 만만하고 편안해보인다 싶은 인물일수록 막상 힘을 갖게 되면 그동안 남에게 쉽게 보였다는 사실을 뒤집으려 터무니없는 힘을 휘두르려 들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이든 본능과 감성 아닌 이성에 따를 일이다. 그래야 최상의 결과는 얻지 못해도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다. 투표는 특히 그렇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