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이맘때,한국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4강 자리를 단숨에 꿰차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인들이 놀란 것은 단지 축구 실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과 떠나갈 듯이 '대~한민국'을 외치는 응원의 함성.이 광경은 TV 앞에 모인 세계 축구팬과 시청자들의 머리 속에 '한국'이라는 이름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필자는 당시 TV로 그 광경을 접했지만 전 국민의 하나 된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이 이렇게 뭉친다면 못해 낼 것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지난 2월에는 운좋게도 동계올림픽을 통해 이런 한국인의 열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올림픽이 열리는 한 달 내내 마치 한국인 모두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빙판 위에 선 선수들처럼 얼굴에 자부심이 넘쳤다. 특히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펼쳐졌던 날에는 거리와 회사 곳곳에서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던 모습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러운 딸로,또 다른 누군가에는 자랑스러운 여동생으로 전 국민의 응원과 사랑을 받았기에 그와 같은 아름다운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여드레 뒤 한국 대 그리스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열기가 본격화되면 한국은 다시 열정의 나라가 될 것이다. 이미 주요 방송사에서는 중계권을 두고 치열한 각축을 벌인 바 있으며 기업들도 월드컵 마케팅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인 불길을 지피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월드컵 정보가 넘쳐나고 예상 스코어 맞히기 행사가 인기라고 한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인들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대동단결'의 모습뿐만 아니라 선진 국민으로서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대표팀의 12번째 선수라는 애칭이 붙은 한국 축구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가 보여줄 조직적이고 신사적인 응원전은 월드컵 경기만큼이나 기대가 된다. 이는 해외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하는 '훌리건'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응원단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이들이야말로 월드컵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경쟁이 아니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시민축제로 승화시킬 주역들이다. 이와 더불어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승부와 관계없이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낼 줄 아는 선진 시민의 '미덕'과 '여유'만 있다면 한국은 이미 월드컵에서 승리한 바와 다름없다.

필자도 한국인 동료들과 함께 빨간 티셔츠를 입고 서울광장에 나가서 큰 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쳐볼 것이다. 그 함성과 에너지가 축구대표팀의 건승뿐 아니라 한국 사회와 경제 전반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갈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면서.

존 와일리 ING생명 대표이사 사장 John.Wylie@mail.inglif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