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권 카페베네 대표(43)는 지난달 27일 중앙대에서 학생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글로벌 브랜드들과 맞서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을 학생들에게 들려 주고 싶다는 학교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특강 주제는 '기업가 정신이 영 밀리어네어(백만장자)를 만든다'였다.

올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주목받는 업체 중 하나가 카페베네다. 경기회복이 더뎌지면서 상당수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고전하고 있지만,창업 2주년을 맞은 카페베네는 5억원 이상 투자되는 매장을 매달 20개 이상 열어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지난달 말 220호점을 넘어섰으며,올 10월께 300호점 돌파가 목표다. 한국에 진출한 지 11년이 된 스타벅스는 312개다.

◆남보다 한 발 앞서 시장 읽어라

국내외 유명 업체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브랜드 커피전문점은 현재 1500개(상위 8개사 기준)를 웃돌아 1년 새 500여개 증가했다. 카페베네는 스타벅스,엔제리너스,할리스커피에 이어 4위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산업경제학)는 "해외 유명 브랜드와 대기업 자본을 등에 업은 선발주자가 선점한 시장에서 토종 중견 프랜차이즈 업체가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카페베네를 론칭한 2008년 초만 해도 커피전문점 시장이 지금처럼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년 전만 해도 커피전문점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커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문화 상품'으로 확산될 것으로 봤습니다. " 김 대표는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사재 30억원을 털어 커피사업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프랜차이즈 전문가다. 소비시장의 변화를 미리 읽는 감각도 탁월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말 어린이 게임기 프랜차이즈 업체인 '한국세가'를 시작으로 '왕삼겹닷컴''행복추풍령' 등 3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론칭해 모두 국내 최초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마의 100'이란 말이 있다. 전국에 100개 가맹점을 만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그가 손을 댄 브랜드는 모두 300호점을 달성했다.

◆'기업가정신'으로 차별화 마케팅

김 대표는 '기업가 정신'으로 불확실성에 도전해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었고,인테리어나 메뉴 등을 바꿔 경쟁사와 차별화했다. 카페베네의 경우 인테리어는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을 테마로 유럽형 카페 스타일을 접목해 커피전문점의 주 고객층인 20~30대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 세대의 취향을 고려해 붙박이 의자마다 전원 콘센트를 달아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메뉴도 차별화했다. 원두를 직접 수입해 한 가지 원두만으로 로스팅한 '싱글 오리진 커피'를 사용하고 있으며,커피에 와플 젤라또 등을 접목해 독창적인 카페 문화를 창조했다.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당장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제품 개발 및 브랜드 홍보에 재투자하고 있다.

투자방식도 업계에서 화제다. 그는 회사 설립 초기 지분의 10%가량을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인 '사이더스HQ'에 주고 공동 마케팅을 실시해 효과를 봤다. 국내 최고 모델로 꼽히는 한예슬씨를 모델로 쓰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커피전문점 업계에서 첫 도입한 건물주와의 공동 투자방식도 가맹점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장수 브랜드 정착이 과제

카페베네가 2년 만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오자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쟁사의 한 임원은 "회사가 갑자기 커지면 품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가맹점주와 본사는 운명 공동체"라며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내년도 증시 상장을 목표로 최근 사내에 '기업공개 TF팀'을 발족시켰다"고 소개했다.

카페베네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다. 김 대표는 "연내 국내에서 300호점을 달성한 뒤 내년부터 중국 베트남 등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페베네가 뉴욕 맨해튼,파리 샹젤리제 등에서 스타벅스와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곧 보게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