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버디&보기] 8번아이언 잡았으면 7번은 머리에서 지워라
'힘'에는 양면성이 있다. '파워'를 의미할 때는 장타가 연상되지만,부적절한 시점에서는 실수의 원인이 된다. 스윙할 때 쓸데없이,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다음 여덟 가지는 그런 사례다. 조금만 힘을 빼거나 적어도 평소처럼 스윙해보자.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첫홀 티샷=보는 사람은 많고,잘 쳐야 한다는 마음은 있고.그래서 힘껏 휘두르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프로들도 첫 세 홀은 힘을 다 안 쓴다. 스푼을 잡거나 그립을 짧게 내려쥐어 볼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린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그러면 보기는 할 수 있다. 아마추어들에게 '첫홀 보기'는 성공적이다.

◆파에 비해 짧은 파4홀 티샷=예컨대 거리가 300야드(약 273m)인 홀이다. 우드나 하이브리드로 티샷을 해도 쇼트아이언 거리가 남지만,볼을 최대한 그린에 근접시키려고 드라이버 풀스윙을 한다. 볼은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수가 많다. 살살 스윙해도 파(버디) 기회는 있다.

◆동반자가 볼을 멀리 보냈을 때=평소 비슷한 거리의 동반자가 티샷을 220m나 보냈다. 오기가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그래서 자신도 100% 이상의 힘으로 스윙한다. 멀리 나갈 때도 있지만,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골프는 동반자가 아니라 자신과의 경쟁이다.

◆'배판'이 걸렸을 때=재미를 위해 하는 '내기'이지만,'배판'(프레스)일 경우 그립과 팔 ·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잘 쳐야 한다'고 스스로 다잡는 것은 좋지만,근육이 굳어진다면 역효과만 난다. 배판을 의식하지 말고 평소 '루틴'을 지키는 것이 좋다.

◆맞바람이 세게 불 때=맞바람이 불어 볼이 얼마 나가지 않을 듯한 상황이다. 이때 조금이라도 볼을 멀리 보내기 위해 세게 스윙하는 일이 잦다. 그러나 스윙 리듬만 망친다. 이런 때일수록 그립 · 스윙 모두 부드럽게 해야 한다. 이유제강(以柔制强)이다.

◆짧은 클럽을 잡았다고 생각되는 순간=7번과 8번아이언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8번을 잡았다. '짧은 클럽을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힘을 준다. 스윙이 잘될 리 없다. 1971년 마스터스챔피언 찰스 쿠디는 "5번아이언을 잡았는데 백스윙 때 6번아이언 생각을 한다면 굿 샷을 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파5홀에서 스푼 세컨드샷=파5홀 티샷이 페어웨이 복판으로 멀리 갔다. 홀까지는 약 300야드.두 번째 샷을 최대한 멀리 날려 버디를 노릴 요량으로 3번우드를 빼든다. 그러나 사태는 자신의 뜻과 반대로 가는 수가 많다. 세 번째 샷을 하기 좋은 곳에 볼을 보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벙커샷=페어웨이 벙커에서 볼을 멀리 보내려는 욕심으로 세게 친다. 헤드가 볼을 깨끗하게 걷어내지 못하고 볼 뒤 모래를 맞히고 만다. 그린사이드 벙커에서도 볼 뒤 1~2인치 지점을 적당한 세기로 치면 볼은 탈출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자신을 믿지 못하고 힘껏 쳐 '홈런성 타구'를 만든다. 벙커샷이야말로 힘보다는 요령이 필요한 샷이다.

골프팀장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