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 여론 조사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약진이 돋보이고 여당은 패배했다. 민주당은 광역 지자체인 충남과 강원에서 처음부터 1위를 굳혔고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예상외의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서울 구청장도 민주당의 우위가 확연하다. 한나라당이 패배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집권 여당에 대한 강한 견제 심리가 작용하면서 판세를 뒤집은 것이다. 잠정 투표율이 54.5%로 15년 만에 최고치에 달한 것도 야당의 지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이 같은 표심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핵심 국정과제를 밀고 나갈 추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예컨대 세종시,4대강은 물론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북 제재 등 선거 과정에서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주요 이슈를 의도한 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우려될 정도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의 경우 해당 지역의 민심도 중요하지만 국가적 과제인데다 입주 예정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하지 못해 속을 태우는 상황이고 보면 하루빨리 매듭을 지어야만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지원 등 각종 민생법안 처리와 공공기관 선진화, 투자개방형 의료영리법인 허용,부실 건설사 정리 등 개혁 작업, 경제회복에 탄력을 붙이면서도 재정을 건전화하는 과제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북풍(北風)'논란을 불러온 천안함 사태와 관련된 안보 태세 확립과 대북 제재 역시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을 만큼 여건이 한가롭지도 않고,결코 그럴 사안도 아니다. 당장 유엔 안보리 회부도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지 않고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내부 분열과 갈등은 외교적 노력을 더 어렵게 할 뿐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국정 현안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다졌듯이 앞으로 사회 전반의 시스템 선진화에도 매진해야 한다. 교육과 토착 · 권력형 비리 등 3대 비리의 지속적인 척결과 검 · 경 등 과감한 사법개혁이 대표적인 과제들이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격을 한 단계 올리려면 사회 전반의 병폐를 과감히 도려내는 작업에 속도와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