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6 · 2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패배했다. 집권 여당이 장악했던 지방 권력이 상당 부분 야당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후반기를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당장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이 문제다. 한나라당은 충청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세종시 수정안(정부안)을 밀어붙일 동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졌다.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자유선진당)는 2일 "세종시 원안 추진의 명분이 생겼다"며 정부안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4대강 사업은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 호남권에서도 찬성하고 있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한강이 지나가는 인천,낙동강이 흐르는 경상남도가 야당에 넘어감에 따라 각종 인허가 등 일선 현장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집권 여당의 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친이(親李)와 친박(親朴)으로 나뉜 한나라당의 분열이 더 심화돼 국회 장악력마저 놓칠 경우 각종 개혁정책 추진은 힘을 잃게 된다. 당장 오는 7월 예정된 재 · 보궐 선거에서도 고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는 개혁을 추진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경제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회복 기조를 지속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현 정부 출범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역량을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공감할 수 있는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재정연구부장은 "재정건전성 확보에 신경쓰는 게 급선무"라며 "선심성 예산을 삭감하고 필요하다면 여력이 있는 계층을 상대로 과세를 강화하는 등 비인기 정책들도 과감하게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 운동 기간 동안 남발했던 각종 선심성 공약도 거둬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기업 선진화,교육 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와 지지부진한 기업 구조조정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서비스 산업 선진화 등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국회 정쟁으로 미뤄둔 법안들도 조속히 통과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허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중동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슬람채권 발행 허용 등 기업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은 가급적 빨리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