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와 여당인 민주당의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이 어제 전격적으로 동반 퇴진했다. 민주당은 4일 대표 겸 총리를 선출하고 7일에 새 내각을 발표할 예정이지만,자민당 등 야당에서 중의원 해산을 요구하고 있고 다음 달 11일 참의원 선거 전망도 밝지않은 만큼 일본의 정국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하토야마 총리가 8개월여 만에 조기 퇴진한 것은 한마디로 정치 · 경제 리더십 상실에 따른 지지도 추락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은 변화를 기대했지만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오히려 정치자금 수수와 오키나와 미군기지(후텐마) 이전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작년 9월 출범 당시 75%나 됐던 지지율이 지금은 10%대로 추락하고 연립정부 파트너인 사민당까지 등을 돌렸다.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던 민주당 하토야마 내각의 몰락은 사실 놀랄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일본내 경제전문가와 재계, 일부 관료들까지 민주당이 현안인 경제살리기와 거리가 먼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해왔다.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79%(작년 말 기준)나 되는 마당에 자녀 1인당 월 1만3000엔 지원,공립고교 무상교육 등을 표방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다 보니 성장은커녕 장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물론 하토야마 총리 사임이 당장은 한 · 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의 새로운 내각 출범 이후에도 천안함 사태에 대응하는 한 · 일 간의 공조체제에 흔들림이 없도록 차기 내각과의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울러 개혁의 후퇴,경제회생 방안의 부재 등으로 인한 국정 리더십과 신뢰의 상실이 결국 하토야마 정권의 퇴진을 불러왔다는 점을 우리 또한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