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서 꼼꼼히 읽고 한경 정독한 게 비결이죠"
"지난 시험에서 수석하신 분 인터뷰 기사를 봤을 때 너무 부럽고 멋져보였는데,제가 수석했다는 전화를 받고 기적처럼 느껴졌어요. "

한국경제신문 주관으로 지난달 15일 전국 고사장에서 치러진 '제2회 IFRS(국제회계기준) 관리사 자격검정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김은진씨(27)는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저보다 실력 있는 분들에게 미안하다"며 "더 열심히 공부하란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단법인 한국CFO협회가 인증하는 이 시험은 모두 70문항이 출제됐으며,김씨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95.71점을 받았다. 이번 시험에는 대학생과 공인회계사 준비생,대기업 회계팀 등에서 1500여명이 응시했다.

지난 2월 한양대 안산캠퍼스 경영학부를 졸업한 김씨는 "IFRS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 자격증이 꼭 필요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친구가 1회 시험에 합격했다는 얘기를 듣고 자극 받았다"며 응시 동기를 말했다. 그는 이번 시험을 위해 하루에 10시간씩 공부에 몰입했다. 기본서를 꼼꼼히 읽고 문제집을 3회 이상 반복해서 풀었다. 시사성 있는 문제나 큰 흐름은 한국경제신문을 정독하면서 준비했다. "'종업원 급여'나 '보험수리적 손익' 등 새로 도입된 분야는 외계어를 보는 것처럼 낯설고 어려웠어요. 하지만 읽고 또 읽었더니 개념이 잡히더라고요. "

김씨는 중학생 때부터 공인회계사 되는 게 꿈이었다. 적성검사를 받을 때마다 결과가 그랬고,6년 동안 학급 서기를 맡아 선생님 업무를 도와주면서 회계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대학 입학 후 처음 찾아간 곳도 공인회계사를 준비생들을 위한 교내 고시원이었다.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지난해 2차시험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떨어진 후 많이 힘들었는데 IFRS 시험을 준비하면서 자신감을 되찾게 됐어요. 꼭 공인회계사가 안 돼도 새로운 분야에서 회계전문가로 일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죠."

김씨는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IFRS에 관한 체계를 확실하게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할 때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개념과 지식도 많이 배웠다. 그는"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 시험을 꼭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는 말도 남겼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씨는 최근 인생의 새로운 로드맵을 세웠다. 기업의 회계파트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후 해외의 불우 아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컴패션'에서 일하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컴패션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봉사도 할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