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질주' 기획을 취재하면서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일본과 대만의 관계가 생각보다 긴밀하다는 것과 상대적으로 대만과 한국의 거리가 의외로 멀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일본교류협회 타이베이 사무소가 대만 현지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대만 이외에 가장 좋아하는 국가는 어느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52%가 일본을 꼽았다. 에이미 추아는 '제국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일본이 유일하게 유화적인 식민정책을 편 곳이 대만이었다고 썼는데 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은 이 같은 자산을 100% 활용하고 있다. 대만의 부족한 점인 원천 기술을 제공해 주면서 이를 활용,중국을 노리고 있다. 예컨대 LED의 경우 대만은 2000년에 이미 전 세계 생산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국이지만 핵심 기술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만 자동차 제조업체인 위롱그룹이 중국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전기자동차를 공동 연구 · 개발하기로 했는데 위롱은 일본 닛산자동차를 대만에서 조립 생산하는 기업으로 중국 진출에서도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 체리자동차는 아예 대만에 '전기자동차 R&D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대만 자동차 업체들이 대부분 일본 브랜드의 조립 공장이라는 점에서 결국 일본은 대만을 통해 중국으로 기술 수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 · 대만 협력을 통한 중국 진출 사례는 거의 드물다. 이민호 KOTRA 타이베이 무역센터장은 "대만이 한국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도 대만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준비가 덜 돼 있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KOTRA가 올 11월 타이베이에서 처음으로 IT부품 · 소재 전시상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늦었지만 양국 간 협력 모델의 단초가 되길 기대해 본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