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 여론조사의 틀린 예측으로 인해 전문가들은 선거 의미를 재해석하느라 분주하다. 역대 선거에서 이번 서울시장 경우처럼 선거 이튿날 동틀 때까지 그 결과를 알지 못할 정도로 치열했던 경우도 없었다. 누가 승리했는가도 중요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차분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선거 결과의 의미를 몇 가지로 나눠 살펴본다.

첫째,일간지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보수신문들은 유권자가 견제를 선택했다고 보도했고,진보신문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만일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가장 중요했다면 한나라당은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집권 2년이 지난 대통령의 지지도가 50%에 달하고,한나라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보다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유권자들이 업적 이외의 다른 이유로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유권자들의 현 정부에 대한 평가라면 한나라당은 그동안 대통령과 정당 지지도를 맹신해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지방선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 정부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총체적으로 국정운영을 재검토해 보아야 한다. 침묵하는 불만을 가진 국민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둘째,선거 막바지에 민심이 급격히 바뀌었는지 혹은 유권자들은 오래전부터 한나라당을 외면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가 선거 1주일 전이므로,선거운동이 영향을 미쳤다면 이 짧은 기간이었다. 그런데 후보자 TV토론에서 오세훈 후보가 뒤졌다는 평가는 거의 없었다. 선거기간 동안 가장 부각됐던 이슈는 천안함 사건이었다. 이를 평화와 전쟁으로 끌고간 민주당의 논리가 먹혀들었다면,정당에서 날마다 여론조사를 하는 상황에서 정두언 의원이 밝힌 바와 같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선거 오래 전부터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을 외면한 것이다. 경제와 외교분야에서 대통령은 나름대로 업적을 쌓았기 때문에 지지도는 높지만,다른 이슈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된 이슈가 세종시나 4대강에 대한 여론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된다. 촛불집회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촛불을 지지했던 국민들의 메시지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며,일방적인 결정과 추진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성과뿐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을 지켜 국가의 중요사항을 국민과 함께 결정하라는 것이다.

셋째,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당선자들의 개인적 역량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민주당이 서울과 경기도 의회의 다수당이 되었다는 것은 오세훈,김문수 후보 개인의 득표력이 아니었다면 질 수도 있었던 선거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만큼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결과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넷째,이번 선거를 친이(親李) 대 친노(親盧)의 대결로 보는게 과연 맞느냐는 것이다. 친노 계열의 후보들이 약진하고 선전한 점을 들어 현 정권과 전 정권의 대결에서 전 정권의 일부 승리 또는 부활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노풍의 주역이라 할 국민참여당이 의회선거에서 거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번 선거가 친이 대 반이(反李)의 구도로 치러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 한나라당의 과제는 국정운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당장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10개 정도로 예상되는 재보궐 선거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이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히 심각한 위기가 다가올 수 있다. 한나라당은 실기(失期)하지 말아야 한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