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경기도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개점을 앞두고 롯데와 신세계가 '명품 브랜드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두 아울렛은 자동차로 10분이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는 점에서 결국 '어떤 브랜드를 유치하느냐'에 승패가 달렸다는 판단에서다.

◆"버버리를 잡아라"

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는 신세계첼시는 오는 9월까지 파주 아울렛 입점 업체 선정을 마무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현재 개별 명품 브랜드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첼시는 파주시 법흥리 통일동산 8만6000㎡ 부지에 내년 3월까지 영업면적 3만㎡ 규모의 아울렛을 지을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신세계보다 5.6㎞ 정도 서울에서 가까운 파주 출판문화단지에 3만3000㎡(영업면적 기준) 규모의 아울렛을 만들기로 했다. 목표 개장 시점은 내년 6월.인근 의류판매 상인들이 최근 "국가산업단지인 파주출판단지에 아울렛 부지를 내준 것은 무효"라며 토지를 분양한 한국산업단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낸 상태이지만,롯데쇼핑은 일단 입점 협상은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다.

양사가 가장 공을 들이는 업체는 영국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다. 신세계첼시의 여주 아울렛과 롯데 김해 아울렛에서 각각 월 10억원이 넘는 매출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울렛의 황제'이기 때문이다. 버버리의 '몸값'은 파주 아울렛 입점을 놓고 한층 더 올라간 상태다. 여주 및 김해 아울렛에서 성공을 거둔 일부 명품 브랜드들이 "파주에 추가로 들어갈 만큼 충분한 이월상품이 없다"는 이유로 입점을 고민하고 있어서다. 버버리는 아직까지 파주 아울렛 입점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여주와 김해에 이어 아울렛 매장에 추가로 들어갈 경우 수익성 높은 백화점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 롯데와 신세계의 입점 요청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명품은 신세계,국산 명품은 롯데

위치나 규모는 비슷하지만,아울렛의 성격은 다소 차이가 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는 신세계가 유리한 입장이다. 합작 파트너인 미국 첼시가 20년 이상 해외에서 아울렛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만큼 "첼시는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명품 브랜드 사이에 쌓여 있다는 점에서다. 신세계의 또 다른 강점은 아르마니,돌체&가바나,코치,센존,디젤,갭,바나나리퍼블릭 등 20여개 브랜드를 국내에 독점적으로 수입 · 판매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샤 오브제 등 국내 럭셔리 여성복 브랜드는 롯데를 선호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롯데백화점이 국내 백화점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미 이들 브랜드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쌓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주 아울렛이 유통업계 라이벌의 '자존심 대결'로 번진 만큼 폴로 나이키를 비롯한 대다수 브랜드는 두 곳 모두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며 "치열한 경쟁 탓에 일부 명품 브랜드들의 입점 수수료를 무리하게 깎아주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