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에 있는 목재업체 S사.신록이 우거진 야산속에 있는 이 회사의 공장 안에선 '윙'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기계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소리다. 이 공장에선 인도네시아인 2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이 한 달에 받는 임금은 평균 196만원.기본급 150만원에 잔업수당 46만원을 합친 것이다.

내국인 초임 160만원보다 22.5% 더 많다. 하지만 식대와 기숙사비 등을 합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외국인에 대해선 월 45만원의 식대가 보조되지만 내국인은 기껏 15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겐 하루 세 끼를 제공하는 데 비해 내국인에 대해선 점심 한 끼뿐이다. 잔업이 없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외국인에게는 식사가 제공된다. 인근에 기숙사도 마련해 줬다. 외국인 근로자 한 명에 드는 비용은 월 261만원에 달해 내국인의 175만원보다 50%가량 더 많다. 4대보험과 상여금까지 합치면 외국인에 대한 월평균 비용부담은 더 늘어나 약 300만원에 이른다.

내국인 초년생 200만원보다 100만원이 더 든다. 물론 숙련된 내국인보다는 적지만 외국인에게 드는 비용은 무시 못할 정도로 커졌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첫째 식대와 기숙사비다. 개인에게 이를 부담시킬 수도 있지만 외국인들은 이미 '귀하신 몸'이어서 그럴 형편이 안 된다. 올해 외국인 근로자 신규 도입 쿼터는 2만4000명으로 2008년 7만명의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둘째,잔업이다. 외국인들은 앞다퉈 잔업을 하겠다고 나서지만 내국인들은 싫어한다. 이 회사의 K사장은 "평일 잔업이나 휴일근무는 모두 외국인 몫이어서 호황기에는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고 밝힌다.

셋째,내국인 신입직원보다 외국인들의 숙련도가 높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은 평균 3~4년 정도 근무했다. 목재를 정교하게 자르고 붙이는 작업에 능숙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요즘 국내에 3년간 취업할 수 있고 잠시 귀국 후 다시 최장 2년간 추가 취업할 수 있다. 이른바 '3+2'체제다. "최장 5년 동안 일할 수 있어 자주 이직하는 국내 젊은이들보다 숙련도가 높다"고 K사장은 밝힌다.

그는 "임금이 싸기 때문에 외국인을 고용한다는 건 옛말"이라며 "내국인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고,어쩌다 입사해도 며칠 만에 그만두니 할 수 없이 외국인을 쓴다"고 설명한다. 이는 경기도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동 반월 시화공단과 전국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지난 봄 젊은이 3명이 새로 입사했다고 희색이 가득하던 성수공단의 한 인쇄업체 사장은 이들이 금방 그만둬 다시 시름에 젖어 있다. 여름이 지나면 곧바로 성수기에 접어드는데 언제쯤 사람을 뽑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긴장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 개성공단도 인력난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에 시달리던 중소기업들이 살길을 찾아 떠나면서 출발한 게 개성공단이다. 중소기업인들 북한 리스크를 모르겠는가. 하지만 숱한 위험 속에서도 개성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중소기업 인력난 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작금의 현실은 보여준다. 이제부터라도 중 · 장기 인력플랜을 다시 짜고 아울러 단기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경기가 나아지면서 중소기업의 고통이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