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스스로 일어날 힘 없는 사장님은 해고야!
아프리카 동부에 있는 세계 최대 초원인 세렝게티에선 사자의 사냥 성공률이 20%에 그친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먹잇감을 공략하지만 500m 이상 전력질주하기 힘든 탓이다. 반면 속도는 느리지만 늘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얼룩말이나 가젤은 500m만 잘 벗어나면 승산이 있다. 사자는 추격전에서 실패해도 다른 사냥감을 찾아 나서면 그만이지만 초식동물들에겐 1m 혹은 한 뼘을 더 뛸 수 있는지 여부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차이가 성패를 가르는 법이다.

《사장의 자격》은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CEO의 자질을 논한 책이다. 시시각각 기업의 존폐를 위협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성장해야 하는 CEO들의 고민과 해법을 모색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사장의 제1 자격은 다름 아닌 '스스로 일어나는 힘'.잠시도 쉬지 않고 길을 개척해 나가며 직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들에겐 끊임없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내부 동력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작 《사장으로 산다는 것》(2005)에서 리더가 혼자 감당해야 할 마음고생을 얘기했던 저자는 산전수전 다 겪어본 리더들에게 섣불리 희망을 얘기하진 않는다. 대신 '사장의 말이 제대로 먹히고 있는가''영원한 위기의 시대를 이겨낼 전략이 있는가''진짜 경쟁 상대를 알고 있는가''10년 후 먹고살 것을 준비해 두었는가'라는 네 가지 핵심 질문을 뼈대로 유명 CEO와 기업의 성공 요인을 야생의 법칙에 빗대어 절묘하게 비교 · 분석했다.

남미 대륙의 끝 파나고니아 평원에서 양들이 침묵한 채 강으로 뛰어드는 이유,참새보다 작은 상모솔새가 혹독한 겨울을 이기는 법 등 다채로운 자연 속 사례가 흥미롭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