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6 · 2 지방선거가 끝난 뒤 "장수들을 모두 잃어버린 대표장수가 된 듯한 느낌"이라며 "좀 더 들으려는 자세로 시민 여러분의 뜻을 헤아려 정책과 비전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추진하는 사업은 서울시 의회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이 서울시 의회 의원 106명(비례대표 포함) 중 79명을 차지해 과반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서울과 경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확보했지만 지방의회는 민주당에 내줬다. 교육감도 야당 성향의 인물들이 차지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 문제,4대강 사업 등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간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방의회는 지자체 예산뿐만 아니라 조례 제정권과 행정사무 감사 · 조사권,시정 질문권 및 자료 요구권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 집행권을 견제할 수 있다.

민주당은 오 시장이 추진해온 한강예술섬(노들섬) 건설과 '플로팅 아일랜드' 등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돈만 잡아먹는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해 왔다.

시프트(장기전세주택)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일부 당첨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로또 정책"이라며 "중산층을 위한 시프트보다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 시급하다"고 말해 왔다. 오세훈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지방의회가 민주당에 넘어감에 따라 서울시는 '정책의 연속성'보다 '정책 단절 위험'이 더 커졌다.

학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은 오 시장이 반대하고 있지만 지방의회가 예산 배정을 요구하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무상급식 쪽에 재원을 투입하면 책상 교체나 외국인 교사 지원 등에 배정할 예산이 줄어든다. 교육정책의 우선 순위를 놓고 지자체장과 지방의회가 논란을 벌일 공산이 크다.

경기도 역시 도의원 112석 중 71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지방의회와 김문수 지사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역 개발 사업이나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건설 등은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지 않고 있어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무상급식이나 수도권 규제 완화 등에서 상당한 마찰이 우려된다.

오재일 한국지방자치학회장(전남대 행정대학원장)은 "여소야대의 지방자치단체가 국회처럼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지만 다원화한 민주사회에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며 "국민의 입장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는 성숙한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