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앨 고어의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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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이 오래 산다고 한다. 자주 진단하고 조심하는데다 운동을 통해 체력도 키우고 약도 잘 먹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지고 볶는 부부보다 겉으론 조용한 듯하던 부부가 갑자기 폭탄 선언을 하는 수도 잦다.
잉꼬부부라던 앨 고어 전(前) 미국 부통령과 부인 티퍼 고어가 결별한다는 소식이다. 부부 공동명의로 주위에 보낸 이메일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토의한 결과 헤어지기로 했다"고 알렸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무엇이 결혼한 지 40년(5월19일)이나 된 부부를 이혼하게 만들었을까.
두 사람은 1948년생 동갑이다. 앨 고어가 3월생,티퍼가 8월생으로 생일만 앨이 빠르다. 17세 때인 1965년 고교 졸업파티에서 만나 보스턴에서 대학을 함께 다녔다. 졸업 후 고어가 지역신문 기자일 때 티퍼는 사진기자였다. 70년에 결혼해 73,77,79,82년 생 네 아이를 낳고 길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숱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린 것과 달리 고어는 단 한번의 스캔들도 없었다. 89년 막내 앨버트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티퍼가 우울증을 앓았다지만 별 탈 없이 지나갔다. 2002년엔 가족 관련책 2권을 공동출간했다.
그랬던 그들이 돌아서는데 대해 뉴스위크는 너무 완벽한 모습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이지 않은 티퍼가 남편을 위해 공적인 삶을 사느라 자신의 삶을 포기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티퍼가 정치인 아내 노릇을 내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선 운동 당시 매일 열리는 선거운동 전략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었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고어의 정계 은퇴 뒤 티퍼가 자신의 삶을 찾은 게 원인일 수도 있다. 각자 자기 일을 하느라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았다는 걸 봐도 그렇다.
국내에서도 황혼이혼이 급증한다.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이혼이 1999년 13.5%에서 2009년엔 22.8%로 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성격 차이다. 겉으로 조용히 지낸다고 속으로도 아무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어쩌면 대놓고 말을 안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집안이든 조직이든 너무 조용하다는 건 말하기 싫거나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지레짐작한 결과일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한 채 뭐가 불만이냐는 식으로 나오면 불만거리가 없어도 불만스러워지는 게 사람이다. 고어 부부 역시 표출된 위기가 있었으면 서로를 돌아보고 돌파구를 찾았을지 모른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잉꼬부부라던 앨 고어 전(前) 미국 부통령과 부인 티퍼 고어가 결별한다는 소식이다. 부부 공동명의로 주위에 보낸 이메일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토의한 결과 헤어지기로 했다"고 알렸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무엇이 결혼한 지 40년(5월19일)이나 된 부부를 이혼하게 만들었을까.
두 사람은 1948년생 동갑이다. 앨 고어가 3월생,티퍼가 8월생으로 생일만 앨이 빠르다. 17세 때인 1965년 고교 졸업파티에서 만나 보스턴에서 대학을 함께 다녔다. 졸업 후 고어가 지역신문 기자일 때 티퍼는 사진기자였다. 70년에 결혼해 73,77,79,82년 생 네 아이를 낳고 길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숱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린 것과 달리 고어는 단 한번의 스캔들도 없었다. 89년 막내 앨버트가 교통사고를 당한 뒤 티퍼가 우울증을 앓았다지만 별 탈 없이 지나갔다. 2002년엔 가족 관련책 2권을 공동출간했다.
그랬던 그들이 돌아서는데 대해 뉴스위크는 너무 완벽한 모습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이지 않은 티퍼가 남편을 위해 공적인 삶을 사느라 자신의 삶을 포기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티퍼가 정치인 아내 노릇을 내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선 운동 당시 매일 열리는 선거운동 전략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었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고어의 정계 은퇴 뒤 티퍼가 자신의 삶을 찾은 게 원인일 수도 있다. 각자 자기 일을 하느라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았다는 걸 봐도 그렇다.
국내에서도 황혼이혼이 급증한다.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이혼이 1999년 13.5%에서 2009년엔 22.8%로 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성격 차이다. 겉으로 조용히 지낸다고 속으로도 아무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어쩌면 대놓고 말을 안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집안이든 조직이든 너무 조용하다는 건 말하기 싫거나 말해봤자 소용없다고 지레짐작한 결과일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읽지 못한 채 뭐가 불만이냐는 식으로 나오면 불만거리가 없어도 불만스러워지는 게 사람이다. 고어 부부 역시 표출된 위기가 있었으면 서로를 돌아보고 돌파구를 찾았을지 모른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